나는 물감을 이용한 활동을 즐긴다.

색색깔의 물감들이 주는 각각의 감흥은 실로 말로 형용할수 없고, 색깔의 선택을 통해 내 심리상태나 기분까지 표현할수 있으니 나에게는 더없이 흥미로운 활동이다.

 

그에 비해 연필 한자루와 지우개 한개, 종이 한장만으로도 가능한 그야말로 간편한 스케치라는 것은 조금은 지루하고, 단순해보이는 작업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학창시절 스케치 작업을 통해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을수 있었던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그들은 짐짓 보통 아이들이 모르는 빛의 성질이나 각도, 대칭...뭐 이런 머리아픈 공식들을 꿰고 있는것 같아 보였다. 그들만의 공식에 보통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리 없었고, 나 또한 미술을 업으로 삼을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공식을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필 한자루로 생기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나, 얼굴의 미묘한 표정을 캐취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붓과 물감이 없이도, 온기를 불어넣을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가끔은 시름에 잠긴 노인의 표정을 실물보다 더 실물같은 형체로 만들어내곤 했다.

 

이 책은 스케치 쉽게하기 시리즈 중 인물 드로잉이다.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하면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할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 할수 있다.

또한 보통 사람의 얼굴에서 각 부분들이 차지하는 비율들을 세세하고 알기쉽게 그림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무척 유익했던 부분은 우리가 자칫 실수하기 쉬운 부분들을 콕콕 찍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귀나 목이 우리네 생각보다  그다지 작고, 얇지 않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만화적인 느낌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이를 개선할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다.

 

이 책은 꼼꼼하게 서술한 그의 노력이 잘 드러난 책인것 같고, 백문이불여일견이라 비교를 위해 직접 드로잉한 작품들을 실어놓았으니 더욱 이해가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