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의 아이들은 상상력이 폭발하는 시기라고 한다. 그 작은 머리속에 뭐가 들었나 궁금해지는 때이기도 한데, 그 머릿속에서는 아주 다양하고 기발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5살 딸아이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보따리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창의력과 상상력들이 어린이 되어서도 이어지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우리딸은 스케치북이나 전지에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만든다. 공주 홀릭이라 대부분 공주와 왕자, 요정의 이야기들이지만, 책에서 보았던 혹은 연극에서 본 내용을 첨가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스케치북의 하얀면이 공주님으로 가득 차는 일들도 참 흥미롭다.

그러다 가끔은 조금 색다른 시도들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를테면 조금의 밑그림이 주어지는 상황들 말이다. 그런 바램이 딱 이 책<내 멋대로 스케치북>에 담겨있다.

 

 

이 책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스케치북에 '상상력을 자극할만큼의 단순함으로' 제시문와 그림이 주어지는 형식이다.

첫 페이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코너, 다음은 내가 어른이 되면 이런 모습이 될거예요라고 상상해서 그려보기가 있다. 다음은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아보는 코너가 등장하고,그 다음에는 구멍 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토끼들이 한가득이다. 대신 토끼들은 귀가 없다. 이 그림의 제시문은 다음과 같다. <모든 토끼들이 귀가 있어요. 그런데 홀가의 귀가 제일 커요. >이 문장은 시험 문제처럼 홀가를 찾는 퀴즈가 아니다. 어떤 토끼든 홀가가 될수 있고, 귀의 크기를 제멋대로 그리다가 가장 큰 귀의 토끼가 홀가가 되는 놀이이다. 물론 다른 토끼들의 이름을 하나씩 붙여주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완성할수도 있다. 토끼들의 다양한 표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흥미가 생기는 그림이다.

그런가하면 기린 아줌마와 코끼리 아저씨가 결혼을 했다는 제시문이 있고 그들의 아기를 상상해서 그려보는 코너도 있다. 기린 아줌마를 닮아 목이 길까? 코끼리 아저씨를 닮아 코가 길까? 5살 딸아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다가 쓱쓱 아기를 완성했다.

 

 

우리모두 누구나 어릴적에는 상상력으로 무장된 어린이였지 않았을까?

상상의 내용이 허무맹랑하고 유치하더라도 그때는 그대로 좋았던 때였을테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우리의 상상은 현실을 너무 많이 반영한 모습으로 조금씩 퇴색되어 왔다. 우리와는 달린 상상력과 창의력이 반짝이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이런류의 그림 그리기 책을 많이 접하게 해주자. 자극적인 영상 매체가 주는 일방적이고 단순한 이미지 보다는 머릿속으로 마음껏 상상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훨씬 유익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