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빠이라는 곳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태국의 방콕을 비롯한 유명한 여행지들과는 달리 볼것도 즐길것도 없는 작은 시골에 왠일인지 전세계 여행자들이 제발로 찾아온단다. 그리곤 누가 붙잡는것도 아닌데 오래 오래 머물고, 대다수는 다시 그곳을 찾는단다. 
과연 빠이의 매력은 뭘까?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이제는 전업 여행작가가 된 저자 또한 빠이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그곳에서 그는 보이스 레코더로 그만의 인터뷰를 해나갔다. 우연히 알게된 친구들, 잠시 스친 인연들, 그리고 그곳에서 남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이들까지...참 다양한 사람들이 빠이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삶에 관해 털어놓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이는 한국인 미스터원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자산을 털어서 빠이 아이들을 위해 무한히 투자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얼핏 키다리 아저씨를 연상시킨다. 그는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는다면, 빠이의 미래가 자연히 밝아질것이라 믿고 있다. 대학까지 장학금을 주며 공부시켰던 아이들 모두가 대도시의 삶에 흠뻑 취해 고향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그 아이들이 언젠가는 돌아와 한국의 키다리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킬것임을.
또한 그는 산간 지방에 커피 나무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면 언젠가 자립할수 있으니, 처음에만 도움을 주면 된다고 늘 믿고 있는것이다.
그가 빠이에 가지는 애정만큼이나 빠이의 아이들도 예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빠이가 영원히 오래 머물고 싶은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저자 이민우님이 적은 단상중에 오랫동안 매 머리속에 맴도는 부분이 있다. 
현대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개인 전자 제품들은 모두 단절된 개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것, 그리고  나아가 우리의 관심은 왜 '자신' 혹은 '개인'에게만 집중된 것일까라는 단순한 물음.
그리고보니 나 또한 한동안 '나'에 관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차있었던 때가 있다. 나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나를 위로하고픈 마음, 한 걸음 나아가 '나'를 찾고 싶은 여행까지...
우리는 나를 제외한 외부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나'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목마르다. 하지만 그 여행길 위에서 '나'를 찾는 이가 몇이나 될까?
어쩌면 우리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나'에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너' 혹은 '타인들'에 집중해야할지 모른다. 나라는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를 앞세우기 보다, 너라는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존재를 관찰하다보면 비로소 '나'가 보이기 시작할것만 같다. 
사회는 갈수록 개인과 개인의 단절을 부추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의 병이 만연해지고 있는것 같다. 정신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나머지 개인들은 또다시 마음의 문을 단단히 닫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것만 같아 절로 서글프다.


하여튼 이렇게 생각의 꼬리들이 이어질수록, 나는 빠이에 가고 싶었다. 내리쬐는 태양아래 마을을 거닐다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거는 거친 손의 아낙과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 맥주 몇병으로 전세계의 이슈들도 토론대 위에 올려놓고도 싶다. 깜빡거리는 전등에 의지해 책을 읽다가 눈이 침침해지면 별들을 올려다보고 공상도 즐기다가, 아침이 되면 신선한 야채와 과일들로 조촐한 아침상을 차려보고 싶다. 한국에 소식을 전하고 싶으면,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 엽서를 사서 몇자 끄적여볼테다. 그래도 심심하면 저녁에 맥주바에 앉아 주인장이 들려주는 무용담에 흠뻑 젖어보아도 좋겠다. 
할일이 없어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을, 빠이에서 딱 한달만 머물면 나는 왠지 더이상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찰따위는 하지 않을것만 같다. '나'보다 더 흥미로운 '타인'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릴것만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