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겪은 이시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겐 너무도 아픈 시간이었지만 다음세대의 주역들인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잊혀진 전쟁이 된 듯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올해로 60주년이란다. 강산이 6번 바뀌었을시간, 그 긴 시간만큼이나 참 많은것들이 달라지고 묻혀버린 시간이지만 그렇게 역사 한켠에 비켜서있을망정 절대 지워질수 없는 우리들의 아픈 삶이기도하다.

 

순이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간은 그 한국전쟁의 휴전직후인 1953년으로 한때는 북쪽의 땅이었지만 전쟁후엔 남쪽땅이 되어버린 수복지구 강원도 양양이었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과격한 격전지였을 그곳의 사람들은 아픈 역사속에서 더욱 진한 아픔을 가질수밖애 없었다. 어느 한쪽에도 속하고 싶지않았지만 꼭 속해야만 했는데 그 아픔은 국군과 인민군으로 동시에 불려간 순이 작은아버지의 인생속에 잘 녹아있기도했다.

 

일제 식민시대를 거쳐 이제 좀 살아볼까 싶었던 마음도 잠깐 이념 분쟁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은 남과 북으로 갈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서로 죽이고 죽어야만했던 참혹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종전이 아닌 휴전후 남과 북으로 갈라진 영토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또한 피폐해졌고 많은 변화가 몰아닥쳤다.

 

그건 6살의 어린나이 순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의 든든한 보호자요 또다른 약자였던 할머니와의 행복한 관계를 제외하면 모든것이 의문투성이요 무서운것들로 이해하지 못할상황들이다. 집안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마냥 어려웠던 할아버지, 군인이 아니면서도 군인신분의 아버지는 그 신분만큼이나 무섭고도 난폭한 존재였으며 수선집을 차려 경제권을 쥐고있던 엄마는 가부장적 특속에서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매질을 시어머니인 할머니와 혹시나 자신의 팔자를 닮을까 싶은 순이에게 풀어낸다.

 

억압된 사회적 분위기만큼이나 삐뚤어진 가족사는 순이에겐 너무도 버거운 어둠이었다. 그 틈에서 할머니는 유일한 휴식처요 위안으로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건만 그 할머니조차 용납하지 않는것이 또래친구 분이와의 관계였다. 국군이었다 인민군이 되어 떠났던 작은아이를 마냥 기다리는 모습에 대체 아는게 뭐가있냐 남편과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멍충이라 온갖 타박을 받는 무지렁이 할머니조차도 마을에서 빵갱이라 낙인찍히고 간첩이 되어 돌아왔다는 분이네 가족사에 결고 얽히고 싶지않았던것이다. 

 

여섯살의 어린 순이가 이해하기엔 너무도 복잡하고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과자와 사탕 맛있는 먹거리만 있으면 그냥 행복해지던 어린시절 그녀가 겪어야했던 일들은 모두 전쟁탓이었다. 그 이념전쟁속에서 천주교라는 새로운 문물과 미국이라는 거대국가의 인식또한 여러번 변해감을 예고한다. "고놈의 것"하나 달고 태어나지 못해 혹시나 자신과 같은 박복한 팔자가 되지않을까 두려웠던 엄마는 온갖 구박으로 순이를 단련시킨후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그동안 가르쳐주는 사람 아무도 없이 스스로 느끼고 인지하고 당하면서 익혀간 사회보단 좀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서 더욱 힘들어 지지않을까도 싶어졌다. 이렇듯 책은 여섯살 어린 순이가 바라본 시간속의 양양이라는 수복지구를 통해 한국전쟁사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과 아픔이 너무도 진솔하게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