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전부터 미리 중국 드라마를 본 지인들로부터의 반응이 뜨거웠던 책이라 궁금했던 랑야방, 책을 받고 놀란건 책의 두께! 그런데 총 3권이라고 하니 그 양이 참 방대하다고 느껴졌지만 읽으면서 드는 책장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 가독성에 또 한 번 놀랐던 책이기도 했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 역사, 영웅들의 이야기는 빠질 수 없지만 광활한 대륙인 중국의 역사드라마는 스케일이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대량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기린지재(麒麟之才):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는다’라는 말이 나돌 만큼 뛰어난 재사이면서도 베일에 싸여 있는 주인공 매장소는 천하제일의 강호 방파 강좌맹의 종주다. 천하에 모르는 일이 없다는 랑야각에서 발표하는 랑야 공자방의 서열 1위는 언제나 그의 차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무예를 전혀 하지 못하는 병약한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12년 전,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뼛속 깊은 원한을 가진 매장소의 목표는 단 한 가지 뿐. 어릴 적 죽마고우이자 아무런 세력도 없는 정왕을 황위에 등극시킴으로써 과거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것. 황위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태자와 예왕은 랑야각에서 추천한 치세의 재사 매장소를 그들의 책사로 데려오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 하지만, 매장소는 그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변방에 있는 정왕에게 손을 내민다. 그렇게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매장소의 은밀한 싸움이 시작되는데……/yes24

"내가 아는 대로라면 그 대답은 이렇소.  '강좌매랑, 기린지재,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p72

랑야 공자방 서열의 1위인 매장소, 무예를 전혀 하지 못하고 병약한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그가 경성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을 하다 형님 아우 하며 소경예의 집인 녕국후부에 기거하게 된 매장소.  하지만 병약한 그를 호위하는 소년의 내공은 가히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의 비범한 소년.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비류라는 아이의 캐릭터도 참 귀여웠는데 자신의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매장소 옆에 비류라는 소년이 있음으로서 그의 비범함이 더 돋보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제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무슨 뜻이오? 태자와 예왕은 모두 실력자요.  둘 중 누가 황위를 손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그 두 사람 중 누가 황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선택하지 않는 겁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황위에 앉혀야 기린다운 능력을 뽐낼 수 있으니까요.  안그렇습니까?" /p114

"권모술수를 좋아하지 않는 천성이면 어떻습니까?  제가 있는데요?  음울하고 피비린내 나는 일은 제가 하면 됩니다.  극악무도한 자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무고한 사람의 심장에 칼을 꽂으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일은 마음 아프지만, 한번 극악의 고통을 겪은 사람은 그 정도 슬픔을 참아낼 수 있지요."

너무도 지독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무엇으로도 감출 수 없는 슬픔과 처량함이 담겨 있었다. /p124

그의 비범함을 눈여겨 보던 예왕 소경환과 태자 소경선은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게 된다는 랑야방의 이야기에 그를 서로 포섭하려 나서지만 그는 어느쪽에도 기울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지만 그가 택한 이는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아무런 세력도 없는 정왕을 황위에 등극시키려 한다.  12년전 어떤일이 있었기에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마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마법이 아닌 의술로 얼굴 성형이 가능했던 시기였던걸까? 라는 의문은 보너스.  뒷 편에 나오겠지?

매장소의 곁에 있는 이들의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나 사건의 진행을 위한 글들이 읽으면서도 상상이 쉽게 되는게 어린 시절 한창 빠져 보았던 중국 무술영화들도 떠올리게 하고, 책을 읽다보니 <랑야방>이라는 중국드라마도 궁금해졌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모두 지난날의 연장선입니다.  과거를 조사하지 ㅇ낳고서야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아무리 오래된 지난 일이라도 원인이 있었기에 결과가 있는 겁니다.  현경사가 항상 공정하려고 애쓰는 것도 그런 신념이 있기 때문 아닙니까?" /p338

매장소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을 떠올리며 시선을 내리뜨고 대답하지 않았다.

기린지재?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란 없다.  단지 오랫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이 일만 생각했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챙길 수 있는 것뿐이다. /p487 

"인생이 처음 만난 그때와 같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는 사람이 예상할 수도 없고 아예 막을 수조차 없는 일도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그 일들이 좋은 결말을 맞도록 만드는 겁니다.  설령 그 결말 속에 제 존재가 없더라도...." /p537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득을 위해, 속고 속이고, 뺏고 빼앗기는 이런 상황들은 사람이 사는 곳이면 다 비슷한걸까?  남자들 간의 끈끈한 우정을 그린 '브로맨스' 소설의 결정판!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등장인물 하나 하나의 캐릭터가 살아움직이는듯한 생동감이 있는 글이었다.  1권에선 매장소라는 인물과 주변인물들, 그리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개요를 살짝 보여준듯한 맛뵈기?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일지 한 발 앞서 생각하고 주군을 위해 미리 방비책까지 생각하는게 책사의 역할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움직였을까? 할 정도로 방대한 인물관계도에 대해서도 놀라워 2,3권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 매장소와 주변인물들이 어떻게 활약하면서 변하게 될지, 과연 정왕이 왕위에 올라 복수를 완성 하고 만족스러워하게 될지 뒷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오랫만에 들썩이며 읽었던 중국소설, 이 책 꼭 읽어야함, 드라마도 봐야함!! 이라고 추천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