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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추리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보다는 에세이가 좋고, 소설이 좋고, 여행서가 좋았는데 여름엔 은근 찾아읽게 되는 책이 또 스릴러나 추리소설. 아마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집중하게 되는데 이만한 정르가 없기 때문이겠지? 출간전 가제본으로 먼저 읽게된 <죽여 마땅한 사람들>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으로 인한 호기심에 다른 책을 제껴두고 먼저 읽기 시작. 사실 출간전이기도 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잔인하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움도 있었지만. 책이니까 읽어보자고 들었다. 무엇보다 제목으로 인한 호기심을 이길 수가 없었다는.....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예를 들어, 당신 부인은 죽어 마땅한 부류 같은데요."/p48

"내가 살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죠? 사람들 생각처럼 살인이 비도덕적인 일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난 정말 그렇다고 믿어요. 사람들은 생명이 존엄하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미란다처럼 자신을 향한 상대의 사랑을 남용한다면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해요. 너무 극단적인 처벌처럼 들리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모든 사람의 삶은 다 충만해요. 설사 짧게 끝날지라도요.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경험이라고요. T.S 엘리엇의 유명한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p84-85

히스로 공항 라운지에서 릴리를 만나게 된 테드. 처음엔 관심이 없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녀에게 자신의 속사정까지 털어놓게 된다. 부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너무도 태연하게 자신밖에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아내 미란다가 가증스럽기만하다.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테드는 자신이 이혼하게 되면 미란다에게 갈 자신의 재산마저도 아깝다. 그래서 미란다와 그녀와 바람을 피운 브래드까지 죽이고 싶은데... 릴리는 자신의 와이프가 죽어 마땅한 부류라고 이야기한다.

릴리는 왜 테드에게 접근했고, 미란다를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고 분류하며 그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할까? 여기엔 릴리의 과거사도 한 몫하게 된다. 개방적인 부모님과 살다보니 너무도 오픈된 환경에서 살았고,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를 보호, 방어하기 위해 자신을 음흉하게 지켜보고, 심지어 자신의 방까지 들어와 자신을 보며 수음했던 쳇의 살인을 계획했을 때부터였을까? 어린 그녀가 설마, 완벽한 살인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란다를 죽이기 위한 날을 하루 앞두고 테드가 의문에 죽임을 당하고, 그 뒤에 미란다와 브레드가 있다고 생각하는 릴리. 그냥 잊고 살아도 되겠지만 왜 그렇게 집착을 할까? 하는 이면에 놀랍게도 미란다와 릴리의 접점이 있다는걸 알게 된다.

기네스를 다 마신후, 나는 살인자로서의 내 경력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살인에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누구도 나와 그렇게 가까워지도록, 에릭처럼 내게 상처를 입히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성인이다. 상처받기 쉬운 어린 시절과 위험한 첫사랑의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다시는 그런 처지에 놓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었다. 이제부터 내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다. /p204-205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기로 마음 먹고 실행에 옮긴 릴리. 어찌보면 치밀해 보이고, 허술해보이기도 하고, 죽이려한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해보지도 않고 자신의 기준대로 재단해서 실행에 옮긴 그녀를 미워해야하는데 그런맘이 들지 않는건 왜일까? 그녀의 의중이 지금도 문득 문득 스쳐가지만 딱히 잡히지 않는 생각에 이후 이야기가 조금더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이 책을 읽을 다른이들의 감상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시 트럭을 타고 뉴욕 시로 돌아가기 전에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서 오로지 어둠과 자연에 둘러싸인 채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희귀종 같으니." 한때 아빠는 날 그렇게 불렀는데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랬다. 생생하게 살아 있고, 생생하게 혼자인 기분. 이 순간 내 유일한 동반자는 어린 나, 쳇을 우물에 밀어 넣은 아이뿐이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고 우린 서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의미였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표현이었다. 내가 눈을 깜빡이자 어린 나는 사라졌다. 그러다 다시 내 안으로 들어왔고, 우린 함께 뉴욕 시로 향했다. /p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