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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오해가 필연을 낳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K양의 행동을 ‘특별한 신호’로 오독해 도끼질을 퍼부었던 P선배, 결국 K양의 옆구리를 꿰차는 쾌거를 이룩해낸다. 오해가 더 큰 오해를 낳는다고 하지만, 잠깐의 행복했던 오해를 기차게 필연으로 엮어낸 P선배를 보면 그것도 나름인 모양이다. 게다가 나 역시 그 어수룩한 축복의 수혜자가 아니던가.

   - How to Steal a Dog -


그러니까 몇 개월 전, 나는 아마존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누구나 훈훈하게 읽을 만한 ‘착한 책’들을 찾고 있었다. 수상작 위주로 보는 게 정석이겠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주제별 분류로 들어가 눈길 가는 대로 내용을 훑기 시작했고, 꽤 시간을 투자했구나 싶을 때쯤 운명의 책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원제는 ‘How to steal a dog’, 직역하자면 ‘개를 훔치는 방법’ 정도가 될 법한 그 책. 난 녀석을 보자마자 ‘이거야!’라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그런데 이쯤에서 이 모든 일이 단 한 글자를 오해함으로써 일어났다는 것을 밝혀야겠다. 지금도 왜 그런 제목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난 원제를 보자마자 ‘개를 훔치는 방법’으로 읽는 대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완벽한’ 오역을 하고 말았고, 말 그대로 그 제목에 빠져서 온 마음을 다 내주고 말았다. 원제 어디에도 ‘Perfect’란 단어가 없었는데 어찌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지. 물론 그 후 내용과 아마존 독자 서평을 꼼꼼히 읽어본 후에 계약을 진행했지만, 만약 ‘개를 훔치는 방법’으로 직역했다면 그렇게 즐겁게 서평 하나하나까지 읽어보면서 고민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처음엔 그런 에피소드가 우습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해서 굳이 밝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냥 ‘이 책이 내게 오려고 했나보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도 제목의 ‘한 글자’ 차이가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것에 몹시 놀라고 있다. 정말 기적 같은 체험이랄까, 쿠후후. 

작은 오해로 인연을 맺었지만, 결국 내게는 너무도 훈훈하고 따뜻한 책이 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좋은 책은 알아서 살 길을 찾는다’고 하던데, 이 책 역시 자기가 나아갈 길을 완벽하게 찾아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눈을 홀려 한국에 번역출간된 것도, 따뜻한 내용으로 조금씩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홀리는 것도, 실은 다 이 앙큼한 녀석의 준비된 계획이 아니었나 싶다.

오해로 만났지만 필연이 되고 만 이 책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필연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8년 11월. 다산책방 편집팀 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