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아직도 나는 마음 한 구석에 ’글 나부랭이 쓰면서 돈 벌고 싶다’는 꿈을 착착 접어서 간직하고 있다.
이런 나로서는 "책 만드는 사람"이라는 직업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수많은 글들을 가장 먼저 읽어 보고, 때로는 저자와 함께 글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의무감이나마 좋은 책을 보다 넓게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질투 어린 속상함에 휩싸일 때도 많다. 자신의 직업에서 일군 성과를 글로도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녹여 주시는 분들 때문이다.

지난 8월에 다산북스에 들어온 내가 벌써 두 번째 책을 만들었다. 첫 책은 전경일 저자님의 <레드 플래그>, 그리고 이번에는 최병희 저자님의 <소설로 읽는 재테크 경제학>이다.

<재테크 경제학> 원고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이거 진짜 혼자서 쓰신 거 맞아?’ 지난 10년의 기간 동안, 김민수라는 주인공의 삶과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촘촘하게 엮어, 주인공의 성공에서 결국 재테크의 흐름을 타는 법을 깨닫게 하는 스토리텔링 경제 책. 저자를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신나게 파도를 타는 서핑객들로 가득한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가에 무릎 모으고 앉아, 책에 나오는 단어를 대학 다닐 때 분명히 다 배웠음에도 서로 연결이 잘 안 되는 것을 보니 공부 참 안 했구나 반성하는 내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책 작업을 하면서, 내 가슴 속은 신나게 경제 파도를 타는 책 속 두 주인공의 열정으로 충만해졌다. 경제 책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보다는 마음이 움직였다. 그 두근거리는 기분을 해소하고자, 매일 퇴근 길에 내일자 경제 신문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목들을 쭉 훑는 것 만으로도 정말, 진심으로 재미있었다.

지난 10월 한 달간, 이 놈의 경제 참 복잡했다. 그래서 출간일이 다가올수록 난 마음이 급해졌다. 이 책 꼭 독자들이 읽어야 되는데, 이 좋은 내용만 알면 시장에서 불안해하는 거 없을 텐데, 이 책만 있으면 이런 거 다 이해하는데.. 등등 욕심이 커졌다. 그래서 보도자료를 쓰면서 책에서 뭘 얻을 수 있는지 만으로 A4 2장을 꽉꽉 채워버렸다. 광고 카피를 작성하면서는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면서 독자들에게 무조건 떠먹이려고 했다. ’내가 먼저 봤는데, 이 책 무조건 좋아요. 아무 이유 없어~ 좋다니까 그래!’

그러나 독자에게 알아야 할 것들을 너무 강요하는 듯하다는 사장님과 팀장님의 삼단연속공격을 받으며,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왜 흥분했었지? 내가 무엇으로 충만해졌지? 상대방도 나처럼 느끼게 만드는 건 분명히 ’느껴라’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르겠지? 어떻게 말하면 될까? 무슨 내용을 쓰면 좋을까..?

가슴에서 넘치는 생각으로 종이를 적셔야 할 터인데, 진솔한 내 이야기를 문자로 정확히 못 옮기는 것은 내가 좀 더 떨쳐야 하거나 혹은 채워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뭐가 부족하고 남아 돌아서 내가 원고에서 느낀 기쁨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글 속에 마음을 담고, 그걸 읽는 사람이 그 마음을 흠뻑 느끼게 하는 분들에 대한 질투심은 여전하다. 하긴 오마하의 현인이신 워렌 버핏도 자기 생각을 남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하니..

어쩔 수 없다. 내가 느끼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내 글로도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도 쭉- 책 만들면서 계속 이 동네에서 어슬렁거려야겠다. 그러다 보면 흥미롭다고 말하는 내 글을 읽고 그 바다로 나오려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겠지.

…라고 위안하며, 해변에서 다음 파도를 기다린다.

2008년 11월. 다산북스 편집팀 이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