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엄마

 

" 엄마가 날 사랑한 만큼 난 엄마를 미워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왜이리 늦게 알았나 할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책이었다. 난 좋지 않은 버릇이 하나 있다.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 다른 일 다 제쳐두고 책을 읽는다.

바보엄마도 책을 피는 순간 몇시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사실 더 빨리 읽을 수도 있었으나, 흐르는 눈물을 추스리느라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엄마와 나 사이의 정의를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  엄마는 변함 없이 언제까지나 그모습 그대로 항상 내곁에 있어주리라 믿었는데....엄마에게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집에 오랜만에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흰머리가 눈에 띄게 보이는 아빠의 머리를 보면서 '아빠가 벌써 흰머리가 저렇게 났었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엄마 얼굴에 늘어나는 주름, 흰머리, 노안.... 가끔 마음에 확 와닿을때가 있다.

꼭 그럴 때 엄마한테 모진 소리를 했었던 것같다. 엄마의 늙은 모습이 싫어서 말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모진소리로 숨기면서 부모님께 염색을 시켜드리고, 선물을 사드리 마련이다. 영주가 한글을 배운 선영이에게 한글을 다 배워 동화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동화책을 구해주고, 눈이 침침해서 작은 글씨가 불편하다는 선영의 말에 돋보기를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엄마를 향한마음은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 이유가 있는 사랑은 이유가 사라지면 없어지지만, 이유가 없는 사랑은 사라질 수 없다고. 나도 그래. 널 왜 사랑하는지 나도 모르겠어,

이유가없어. 처음부터 그냥 널 사랑했으니까. "

선영에 모질게 굴었던 영주처럼 닻별이 또한 영주에게 차갑게 굴었다. 아빠와는 쿵짝이 잘 맞았지만, 엄마에겐 찬바랑이 쌩쌩불었다. 닻별이가 할머니 댁에 갔다온 날, 닻별이는 다시 한번 손목을 긋게된다. 눈을 뜬 닻별이는 묻는다. '말썽만 피우는 나쁜 딸인데, 엄마는 왜 그렇게 날 사랑해?.' 자식에 대한 부모의 내리 사랑에 이유가 있을까.

엄마니까. 딸이니까 사랑하는거다. 내 딸이니까. 내 딸이라는 이유하나 그 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 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엄마니까. 그게 답이었다."

영주에게 모진 소리를 들어도 헌신적이었던 선영. 닻별이에게 상처받으면서도 잘하고 싶었던 영주. 선영과 영주, 이 두사람은 엄마였다. 모진 소리를 들어도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싶고,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고, 엄마는 찬밥이 좋다고 하고, 생선 머리가 맛있다고 그러고.... 그런 거짓말들을 한다.

왜? 엄마니까. 엄마니까. 엄마니까.

 

이 이야기가 실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는 더 슬펐다. 현재 SBS에서 드라마로 방영 중인 바보엄마를 얼마전에 처음 보았다. 하희라씨(김선영 역)의 바보연기를 보니 소설 속의 김선영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는 것이 연기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엄마는 엄마와 딸의 애증의 관계를 잘 풀어 낸 것 같다. 나도 엄마한테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울 때마다 내뱉는 모진 소리. 마음에도 없는 이 소리는 엄마에겐 날카로운 칼이 되어 상처를 입히겠지. 휴

배움에는 때가 없지만, 효에는 때가 있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번씩만 웃게 해드려야겠다는 나만의 약속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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