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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서른에 접어든 나에겐
외면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인생과제같은 것.

외면하려해도, 무관심한 척 해도
어쩔 수 없이 내 앞에 다가오는 무거운 존재, 결혼.

그 이야기를 에쿠니 가오리의 청아하며, 담담하고,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어보았다.

남녀 관계는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될 수 없듯이
결혼 또한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성관계에서 매번 내가 느끼던 그 흐름이 책에 담겨있다.

남녀는 다른 언어로, 서로 다른 귀를 지닌 채
서로의 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쓸쓸하게, 그렇게 막막하게 서로 함께 존재하는 것,
그러나 서로의 존재만으로 내 삶이 위로되는 것,
그것이 결혼인 것이다.
그것이 결혼이라고 에쿠니가오리는 말한다.

쓸쓸하게 눈물나지만
막연하게 부러운 관계,
부부.

존재 자체가 삶의 위안이 되는 관계라...
그게 정답인거 같다.
그가 내 말을 잘 안들어도,
때론 그녀가 없는 공간이 더 편한 듯 여겨져도
그래도 결국 그 둘은 한 곳에 존재하고, 그것이 따뜻하다면..
그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결혼생활이리라..

부럽다.
부러워졌다.
나도 내 존재만으로 그의 공간이 채워질 수 있고
그의 존재만으로 내 주변의 공기가 변할 수 있다면
결혼은, 하고 싶은 것이다.

에쿠니가오리의 그나마 희망찬 이야기가 잔잔하게, 여전히 쓸쓸한 문체로 적혀있다.

결혼, 이 책으로 나는 하고 싶어졌다.
그 막연하고 쓸쓸한 관계, 그러나 마음 채워지는 그것이!

결혼, 에쿠니가오리, 남녀관계,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