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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your first grader needs to know> by E.D.Hirsch

자고로 교과서라 하면, 단순히 '지식의 보고'로서의 지식전달의 기능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배우는 이들에게 한 민족의 문화와 역사관, 지향까지 전승시켜주는 문화적 core에 해당한다. 과연 '미국의 초등생들은 어떤 내용을 핵심지식으로서 배우고 있을까? 그들이 교과서를 통해 유포와 전승 시키고 싶은 문화적 가치와 지식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 궁금했기에, 미국의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아 온 베스트셀러 <What your first grader needs to know>의 한국출간이 몹시도 반가웠다.

Cultural Literacy의 열렬한 옹호자인 E. D. Hirsch박사의 역작인 이 시리즈는 1991년 초판된 이후

미국에서 홈스쿨링하는 부모들과 혁신적 교과서에 못말라하던 교사들의 절찬을 받으며서 꾸준히 읽히고 가다듬어져 왔다.

교보문고에 가보았더니 미국 교과서 "중/고생 용"에 <What your first grader needs to know>가 서가에 분류되어 있다. 'G1이면 미국 초등학생 1학년을 위한 교과서인데, 왜 중/고생용에?' 하는 질문이 들터인데, 이 책을 영어독해집의 차원에서 본다면 그런 분류가 가능하리라 본다. 수백권의 영어 원서를 읽어온 내 눈에도, 이 책은 한국의 평균치 초등 1학년을 훨씬 상회하는 독해능력을 요구하는 책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두툼한 교과서 한권으로 1년 12개월을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영어 독해의 차원이 아니라, 이 교과서가 진정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지식을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 책은 분명 초등 저학년들이 소화해내는데 무리가 없는 구성이라 하겠다. 이 책은 단순한 영어 독해력 증진을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1년 plan하에 차근차근 진도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과서로 활용하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십분 살리는 현명한 접근이라는 것이 책 분석 후의 내 입장이다.



초등 1학년생을 위한 교과서 치고는 생소한 용어를 많이 싣고 있는데다가, 본문만 무려 300여 페이지에 달하니, 부모쪽에서 멈저 움찔 겁을 먹을 만도 하다. 하지만, WONDER&LEARN출판사에서 놀라운만한 정성으로 꼼꼼한 한글 해설판을 별책부록으로 함께 실었으니, 부모 역시 방대한 원서 영어분량에의 부담감을 접고 이 책에 접근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활용을 위해서 teacher handbook도 출간되어 있다니, 홈스쿨링을 시도하는 부모에게는 희소식이다.

Core knowledge for cultural and universal literacy

이 시리즈의 저자인 Dr. Hirsch는 보편적이고 문화적인 독해력을 강조한다. 소위 melting pot이니, salad bar니 multiculturalism이 화두일 수 밖에 없는 미국 사회의 맥락에서 더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Hirsch박사의 주장은 "핵심 지식 시리즈에 관한 총론"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있는데 완전히 다른 내용을 배우는 일란성 쌍둥이. Hirsch박사는 분명하고 명료한 학습목표 하에 공유되는 지식이 왜 중요한가를 역설한다. 공유된 지식은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더 넓은 지적인 탐구를 가능케 해주는 지적 토대를 마련해주겠지만, 더 큰 의미에서 결국 학교 나아가 국가차원에서의 연대를 형성케 해주고 현행 교육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해 준다.

핵심 지식 시리즈의 특색과 구성

1. 편식 없는 균형잡힌 지식 습득 지향, 6부 구성.

Language and Literature

History and Geography

Visual Arts

Music

Mathematics

Science

미술 수업 음악 수업은 고 2때를 마지막으로 받아본적 없던 기형적 입시위주 교육의 마루타였던 내게, 6부의 구성 목차가 신선하다. 대게 한국의 교과서라면 소위 국어, 영어, 수학 이 전면부에 배치되고 나머지 과목들은 뭉뚱그려 "기타" 취급 당하기 일쑤인데, 핵심 지식 시리즈에서는 그런 편향된 구성을 배제하였다.

세계종교의 유래와 특징에서부터 미국 및 주위 나라들의 지리와 역사를 다룬 역사 파트,

단순히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명화 독해법까지 유도하는 visual arts파트

음악과 춤의 불가분의 상관성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총체적 접근에서의 음악론.

이 책을 제대로 진가와 지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수준의 교사나 부모를 만난다면, 6부 구성의 이 교과서는 통섭의 사고를 요하는 21세기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다.

각부에서 인상 깊은 페이지를 살짝 소개하자면,

Language and Literature

History and Geography

"엄마 이걸로 정말 미국 애들이 공부해? 글씨가 이렇게 많은데?" "선생님이 도와 주시니까, 다 할 수 있어. 넌 엄마가 도와줄거야." "그럼 내가 보고 싶은데부터 먼저 하자."해서 아들녀석이 뽑은 페이지가 역사 파트에서도, 잉카 제국에 관한 것이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루크북스>의 <박학다식>백과사전에서 많이 보아온 그림이 나오니까, 친근했나봐요. civilization이니 mason, fortress 등의 단어를 7세 아들이 알아들을 길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본문 내용을 제가 알아서 축약해서 쉽게 읽어주고 한글 번역도 중간 중간 곁들였어요. 역시나 아이는 듣는둥 마는 둥, 사진 뒤의 구름과 구름속의 도시라는 제목의 상관관계가 궁금할 뿐입니다. 백과사전도 펴놓고, 세계지도도 펴놓고 남아메리카 페루도 찾아보는 역사 공부 시간을 가졌어요. 부모를 위한 팁에는 Columbus의 항해로를 따라가 보는 활동도 있네요, 저도 다른 책을 펴놓고 보고 했어요. 이 책으로 가르치려다 보면, 부모도 절로 박학다식 되겠어요.

Visual Arts

이 챕터의 목표는 1학년생 아이들로 하여금, 미술을 단순히 하는 데서 나아가, 이해하고 볼 줄 알고 생각할 수 있는 심미안을 유도하는 데 있다. 즉 챕터의 구성은 단순히 예술을 감상하거나,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서 나아가, 예술을 실습하는 꼬마화가가 되어보도록 도와주고 있다. 멕시코의 유명한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피나타>를 제시하고, shape와 color에 대한 심미안을 키워주는 질문들을 함께 던지네요.

Music

아이들이 신생아일 때부터, 가장 많이 틀어준 cd가 <Baby Einstein>의 "Meet the Orchestra"였어요. Music파트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을 family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네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실사 사진과 함께. 아직 음악회를 가본일은 없지만, 어려서부터 들었던 "Meet the Orchestra"를 틀어놓고 함께 책을 보니, 흐뭇한 음악 교육시간이 되더군요.

Mathematics



수학을 영어로 공부하는 것은, 어른인 저에게도 큰 스트레스 였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생각보다 부담감이 없어요. 비주얼이 하도 훌륭해서 용어에 집중하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무엇을 설명하려는지 핵심이 무엇인지 아이들 스스로가 감을 잡을 수 있어요. 특히나 substraction을 시각화하는데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보트 캐릭터를 등장시키다니, 이거 좋은 아이디어네요. 아이가 좋아해요.

Science

미국의 과학교육이 어떤 지향이 있는지, SCIENCE파트를 보고 찬탄을 금치 못합니다. 지구상 생명체들의 서식처 habitat을 해저 밑에서 남극 북극 샅샅이 소개함으로써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양한 생물종의 공존을 위한 것임을 아이 스스로가 인식하게 유도하고 있어요. 또한 The Human Body가 담고 있는 내용의 치밀성과 체계성, 어려운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운 설명과 비주얼한 도구들로 쉽게 접근하는 skill등, 저는 개인적으로 Science파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신경계, 소화계, 순환계, 근육계 등 다소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다른 자료들을 함께 활용하면서 수업을 진행한다면, 아이가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게 잘 설명되어 있어요.


남편이 꼽은 이 책의 접근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훌륭한 페이지가 바로 우측. 배 한 척이 수평선 너머로 점점 작아지다 사라지는 그림 네 컷으로 궁금함을 유발시키고, 바로 지구의 둥근 모양과 자전에 대한 설명까지 확장시킬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저보다도 남편이 <핵심지식 시리즈>교과서로의 홈스쿨링에 엄청난 욕심을 내는군요. '이 책 정말 잘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교과부에서도 보고 참조했으려나."하면서 말이죠. 홈스쿨링의 몫은 주로 엄마니까, 결국 부담은 제 어꺠에 떨어지건만, 그래도 저도 동감입니다. 그 만큼 책의 가치가 빛납니다. 다만 , 그 빛나는 가치를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교사와 부모가 흔치는 않을 것 같은게 걱정이지요. 홈스쿨링 초짜인 저를 포함해서요.

한국판 핵심 지식 시리즈에 바라는 바

Wonder &Learn 이라는 영어전문 출판사는 READ ALOUD시리즈만으로도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집 책꽃이며 여기저기 쌓아둔 그 많은 영어 책과 CD중에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틀고 좋아하는 CD가 바로 READ ALOUD시리즈이기 떄문에 이미 호감도가 높습니다. 그 WONDER & LEARN에서 낸 책이닌 만큼, 내용은 물론이고 편집과 한글 별책 부록까지 흠잡을 때 없이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한국인 독자이자 학부모로서 제언을 몇가지 드리자면,

1. 출판사 측에서 이미 발간 계획 추진중이실지는 모르지만, CORE KNOWLEDGE시리즈의 교사지침서 Tearcher's handbook도 함께 출판해주시면 저처럼 이 교과서에 욕심이 생겨서 제대로 홈스쿨링 해보고 싶은 의욕에 넘치는 부모들에게 귀한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혹은 아예, 한국적 상화에 많게 한국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활용하기에 용이하고 유익한 workbook을 따로 만들어서 출간해주신다면, 이 책은 더 많이 읽히고 집집마다 소장될 가능성이 높아질 듯 합니다.

2. Literature 파트에 수록된 많은 Poem과, Music 파트에 수록된 많은 곡들, 솔직히 학부모인 제게도 너무나 생소합니다. 아마 한국인으로서 미국 문화에 덜 친숙해서 일수도 있고, 미국인 그네들에게조차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시가와 노래일수 있기 떄문이겠지요. 그래서 책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시 파트와 노래 파트를 훌훌 뛰어 넘게 되는데, 보다 알찬 활용을 위해서 출판사측에서 투자를 좀 하시더라고, poem과 song만이라도 원어 녹음을 하여 CD등으로 제작을해주시면 참 활용도와 교과 수업의 연계성이 높으리라 생각됩니다.

3. 한국만큼 블로그며 까페에 학부모들이 열성으로 교육 자료를 공유, 공개하는 데도 드무리라 생각합니다. 핵심지식교과서 시리즈를 활용하는 학원이나 가정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이 여러 아이디어와 활용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훌륭한 교과서로 공부하는 미국아이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긴장이 되네요. 미국 아이들이 자라 또 다시 세계의 일등시민이 될까 하는 소심한 경쟁심과 질투. 주마다 교과서가 다른 미국적 상황에서 핵심지식 교과서의 가치는 사실 한국과는 다른 맥락으로 더 빛나겠지만, 한국에서 역시 핵심지식 시리즈는 빛을 발하는 교과서일거예요. 한국의 뛰어난 인재들과 한국 부모님들의 열성으로 이 책에서 저자가 의도했던 바의 몇 배의 산출물을 얻어낼 수 있을테니까요.

이렇게 좋은 교과서 시리즈를 한국에서 출간해주신 WONDER & LEARN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REVIEW 작성했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