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재 작가의 의도였을까 궁금해지는데, 그가 펴낸 그림동화들은 모두 <이제 그만>이라는 공통의 문구를 담고 있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물부족 국가의 처참한 현실과 환경권의 남북 불평등 문제를 다룬 <맑은 하늘, 이제 그만>과 대기오염의 암울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탁한 공기, 이제 그만>의 두 권 말입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에 미술세계대상전 특선 등 화려한 수상 경력답게 이욱재 작가의 그림은 매력적입니다. 몽환적이면서도 리얼리즘의 터치를 담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그가 펼치는 세계도, 암담한 현실을 담담히 그리는 와중에도 꿈을 보여주는 밝은 정서를 깔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다룬 동화책이야 숱하게 많겠지요. 시대의 화두이자 우리 생존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책장을 덮고도, 책꽂이에 꽂아 두고도 자꾸 생각나며 마음을 둥둥 울리는 책은 그렇게 많지 않지요. 이욱재 작가의 "~~이제 그만" 두 권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탁한 공기, 이제 그만>도 <맑은 하늘, 이제 그만>의 화자처럼 어린 아이의 일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전등을 들지 않고서는 매케한 매연에 어두운 거리를 나다닐 수 없으리만큼 오염된 세계에 사는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꼬마가 맑은 공기를 파는 아저씨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 전개가 빨라집니다. "아저씨, 맑은 공기는 어디서 가져오나요?" 아저씨는 소년을 한 나무 앞으로 이끕니다. 나무 안에 청정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고, 꼬마는 그림책에서나 보던 파아란 하늘을 처음 올려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경이로운 푸르른 세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탐욕스런 마을사람들의 도끼질에 나무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으로 갈갈이 찢겨나갔어요. 이제 맑은 공기를 얻어올 데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졌습니다. 생존의 위협앞에서 '대책 대책' 운운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저씨가 들려준 것은 다름아닌 작은 씨앗. 나무 씨앗이었습니다. 사랑해준 만큼 쑥쑥 자라난다는 마법의 씨앗. 자 그래서 소년의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씨앗을 잘 키울 수 있었을까요? 그 나무들이 검은 하늘 몰아내고 파란하늘로 덮어주었을까요? <탁한 공기, 이제 그만>을 읽고 확인해보세요.

 

 

이욱재 작가의 <탁한 공기, 이제 그만>은 그림동화치고는 제법 많은 문장에도 불구하고 한 호흡에 읽히는 흡인력을 지녔습니다. 그 흡인력은 이욱재 작가가 책상머리에 앉아 환경 문제를 추상으로 고민한 것이 아니라, 실제 대기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체험하고 고민한 끝에 쓴 동화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이욱제 작가의 딸은 아토피가 심했다지요.  공기 맑은 가평지역으로 이사온 후에 2개월 만에 나았지만요. 작가는 그 경험을 통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절감하였다네요. <탁한 공기, 이제 그만>의 마지막 페이지에서처럼 방독면을 닮은 마스트는 그저 과거의 유산인, 공기 청정의 미래를 꿈꾸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우리부터 당장 나무 한그루를 매일 심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지요? 환경은, 맑은 공기는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부터 움직여야 하지요. <탁한 공기, 이제 그만>을 읽으니 그 메세지가 더욱 분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