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아라미 마음 나누기 1편

사이좋게 놀아요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그림책을 접해주려 그림책을 탐색하고 작가분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다 보니, 저절로 그림책을 펴내주는 고마운 출판사에도 눈이 가게 됩니다. "아라미"는 이번에 <사이좋게 놀아요>로 처음 만나보게 되었는데 아담한 출판사인가봅니다. 아라미는 순우리말 아람과 아람치의 뜻을 살려 만들었다네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지혜와 감성을 참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을 펴내겠다니 감동적이지요.

 

 

출판사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마음나누기 시리즈의 제 1권에 해당하는 <사이좋게 놀아요>를 4세 딸아이와 함께 보았습니다. 사실 7세 오빠와 함께 나란히 앉혀놓고, 살짝 훈계를 가미해서 '남매애' '형제우애'의 중요성을 역설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던 관계로 오빠는 자전거타고 이미 함흥차사였답니다. 다행이 딸아이가 <사이좋게 놀아요>의 귀엽고 부드러운 감성의 그림에 반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제목먼저 크게 몇 차례 읽어주고, 복창 시키고, 본격 내용 탐색에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늘 그렇듯이 아니는 "이건 뭐야? 얘는 뭐야?"를 묻고 또 묻고 합니다. 아이의 기억방법 중 하나라 생각하고 존중해주기에 '루시'와 '밀레'라는 두 말썽장이 귀염둥 염소 이름을 반복에 또 반복하여 크게 말해주었습니다. 목줄의 색깔이 다르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루시와 밀레를 헷갈린 뻔했어요.

귀여운 이 동화의 줄거리를 소개해볼게요. 할머니와 애니의 평화로운 전원 생활에 말썽꾼 무법자 두 친구가 등장합니다. 바로 염소 루시와 밀레이지요. 녀석들은 열매따는 애니가 발 올려놓고 있는 사다리를 밀쳐내고, 닭장을 습격해서 닭들의 원성을 사고, 식탁을 뒤엎고........도무지 넘처나는 에너지를 감당 못해서 애니와 할머니를 바쁘게 만드네요. 결국 할머니는 고육지책으로 두 염소를 서로 묶어버립니다. 고삐풀린 망아지보다도 힘 넘치게 뛰어다녔던 녀석들이 줄로 서로 묶였으니 불편하기는 얼마나 불편하고,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사사건건 둘이 충돌하면서 '줄묶인 한쌍'의 생활을 하다가, 잦은 다툼과 대립으로 일상생활조차 지장받자, 두 마리 염소들은 드디어 성숙의 계기를 맞게 됩니다. "우리 좀 달라지자." 하면서요. 

그리고는 극적이라 할만큼의 행동의 변화를 보이네요. 둘이 합심해서나무 집을 만드려는 토끼의 수레도 끌어주고, 애니의 빨래줄 되기를 얌전하게 자청하기도 하고, 병아리들과 놀아주기도 하니, 농장의 천덕꾸러기에서 순식간에 인기스타로 등극하네요. 루시와 밀레의 극적 반전 착한 짓에 감복한 할머니 조차, 줄을 풀어주게 되었어요. 자식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할머니의 마음을 잘 알지요. 말잘듣는 착한 아이에게 어찌 벌을 주겠나요. 
 

이후로도 루시와 밀레는 착하고 예쁜 짓을 많이 하면서 농장동물친구들과 애니,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답니다. 간단한 줄거리이지만 루시와 밀레라는 두 염소 캐릭터의 극적 행동 변화를 통해서 아이들이 받을 메세지는 강력합니다. '공생' '함께 사이좋게 나누며 살기'의 즐거움을 경험으로 깨달으면서 성숙해 나가는 염소의 이야기는 아이들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염소가 서로의 까다롭게 다른 식성조차 조율해 닮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잘익은 열매나 상추를 좋아한 루시와 밀짚이나 먹기를 좋아한 밀레. 달라도 너무 달랐던 식성의 두 친구가 함께 상추를 먹고 함께 밀짚을 섞어 먹으며 "WOW! 상추와 열매를 섞어서 먹으니 정말 맛있네!" 즐거운 탄성을 지르지요. 서로의 취향, 식성을 존중하고 조금씩 서로의 세계에 다가가 보니, 이렇게 즐거울 수 있더란 말이랍니다. 바로 제가 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인데 루시와 밀레가 대신 전해주네요.

<사이좋게 놀아요>는 유럽에서 온 그림책이라 할 수 있어요. 글을 쓴 나탈리 두트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고, 그림의 뱅상 아르디는 벨기에에서 그림공부를 했네요. 이 책이 유럽의 전원 풍경과 목가적 분위기가 물씬풍기는 이유도 두 작가의 경력및 출신지와 무관하지 않을 듯 하네요. 아무렇게나 턱턱 쌓아둔 농기구, 땔감거리, 텃밭, 항아리에 예쁘게 자라고 있는 야생화. 타샤의 뜰같은 전원의 풍경을 그림책으로 만나는 기쁨도 <사이좋게 놀아요>가 주는 보너스 선물이네요. 앞으로도 아라미 출판사의 책 관심갖고 살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