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가족을 뜻하는 <도깨비 삼시랑> 으로 이상배 작가를 처음 알았습니다. 방정환 문학상, 동리 문학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작가는 유독 도깨비를 소재로 많이 다루었더군요. 어려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고, 앞 산에서 번쩍이는 푸른 도깨비 불에 놀랐던 기억도 있어서일까요? '몬스터,' '프랑켄슈타인,이니 '좀비' 등 서구화된 괴물 이야기에 더 친숙한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이상배 작가는 도깨비와 친한가 봅니다. 도깨비 이야기에 살가운 친밀감을 담아내주니까요. 도깨비의 식성까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랍니다. 덕분에 <메밀묵 도깨비>를 읽으며, 처음으로 도깨비가 '혀가 부드러워서 부드러운 묵'을 좋아하리라고 상상해보았네요.  

 

 

 

 

 사실 도깨비 식성에 대해 알려준 사람은 이야기 속 노부부였어요. 야트막한 언덕 아래 오두막집에서 소박한 삶을 살던 노부부는 어느 보름달 뜬 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듣습니다. 평생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려왔다는 홍영우 그림작가는 노부부의 청빈낙도의 삶을 절제된 색감으로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노부부의 차분한 오두막집 색감과는 대조적으로, 시끄러운 소리의 원천인 도깨비들은 알록달록 화려합니다. 파란 불이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그들은 파랑, 초록, 빨강의 피부에 온몸에 털이 부슬부슬 났습니다. 어찌나 활기차게 노는지 밤이 깊도록 춤추고  노래하고 씨름까지 하네요.  

 

 

 노부부는 장에 가서 메밀을 사다 묵을 잔뜩 쑵니다.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사납게 노부부를 처다보던 도깨비들도 "시장기나 달래고 노시오"라는 영감님의 진심 어린 말에 메밀묵을 즐깁니다. 심지어, 첫 닭이 울기 전까지 노부부와 같이 놀기까지 했고요. 전래동화의 '보은'이라는 주제에 익숙한 독자들이 예상했듯이, 노부부의 친절은 도꺠비들의 금은보화 선물로 보답 받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줄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