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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의 잡지

그레이트 피플(GREAT PEOPLE) 은 2012년 개정 초등 교과에 소개된 위인 리스트를 반영하여 '밝은 미래' 출판사가 출간해온 위인전 시리즈입니다. 역사전 인물을 당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소개하는 전개방식과 잡지와 백과사전을 결합한양 구성이 독특하지요. 그 덕분에 이미 많은 열혈독자들을 확보하고 있지요.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구성의 위인전집을 이미 섭렵한 초등학생은 물론이거니와, 역사적 인물과 그 인물이 살던 시대의 사회문화 및 역사를 아이와 함께 배워보고 싶었던 부모들도 기꺼이 열혈독자층에 포섭됩니다.

'그레이트 피플’ 시리즈의 권권 공통으로 제식되었던 공간적 배경은 러미지 할아버지의 고물상이었지요. 벼룩시장은 역사학 전공자인 작가 게리 베일리가 러미지 할아버지의 고물상에서 나온 물건들을 통해, 해당 위인을 역사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소개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고요. '그레이트 피플’ 시리즈의 한국 위인들은 러미지 할아버지의 고물상을 본따서, 황학동 만물상과 털보네 헌책방을 중심으로 소개된답니다. 시리즈의 21번째 위인 방정환 역시 털보네 헌책방서 찾은 잡지, 《어린이》를 매개로 소개됩니다.

사실 소파 방정환을 '어린이 날'을 제창하고 한국에서 어린이 문학을 일궈준 고마운 위인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한 육아서 덕분에 그를 새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심리학자는 숱한 굵직한 일을 해낸 방정환이 활약하던 때가 20대이며 불과 19세의 나이에 '경성청년구락부'라는 모임을 결성해서 <신청년>이라는 잡지를 발행했다고 적고 있었습니다. 대학교 등록금도 부모에게 기대고 졸업후에도 심리적 의존성이 높은 요즘 젊은이들을 뜨끔하게 할 귀감이었지요.

방정환은 1899년 종로에서 태어났습니다. 넉넉했던 가정형편은 방정환이 9세 되던 해에 급작스럽게 악화되었다지요. 물 긷기 쌀 꾸러 다니기 등의 일을 해야하는 와중에도 방정환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늘 씩씩했답니다. 사교적인 그는 뜻과 성향이 맞는 친구들과 모임을 결성하고 꾸리기도 주도했습니다. 19세에는 천도교 3대 교주인 의암 손병희의 딸과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후 꾸준히 조선의 독립운동을 위해 힘을 모으고,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과잉 보호와 사랑에 폭 싸여 크는 요즘 아이들 듣기엔 거북하겠지만, 방정환 선생의 시대에는 어린이는 '애놈'이나 '애새끼'라는 말로 비하되어 인격체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해요. 일본의 어린이들이 그림책이나 동시, 동요를 즐기는 데 반해, 조선의 아이들에겐 동화책은 커녕, 동요도 제대로 없었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방정환은 한국 최초의 순수아동잡지인 월간 《어린이》를 창간합니다. 절친한 친구 윤극영과 함께 우리말 동요를 만들어 보급하고 '색동회' 동호인들과 어린이날을 제정했지요. 실로 20대의 청년이 해냈다기에는, 그것도 일제의 감시와 눈총 속에서 해냈다기에는 감탄을 넘어 그 희생정신에 전율이 올 지경입니다. 살신성인한 방정환 덕분에 우리 어린이들은 일제의 암울한 시기에도 아름다운 우리 동화와 동요를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었지요.

<방정환의 잡지>는 9살 소녀 수지와 소년 선우가 황학동 만물상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져가며 방정환을 알아가는 형식으로 쓰여져서 쉽게 읽힙니다. 딱딱한 위인전과는 거리가 멀어요. 덕분에 그동안 국사 교과서 등에서 달랑 흑백 사진 한장의 이미지로 기억하던 방정환이 친근하고 현실감 있는 인물로 다시 다가옵니다. 이 책은 역사적 인물을 해당 사회의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보여주며 자연스레 역사의식까지 키워주는 '그레이트 피플' 시리즈의 최대 강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책 후반부에는 어휘사전과 찾아보기 페이지를 두었습니다. '그레이트 피플' 시리즈가 동서고금의 인물들을 아우르는 인물선정을 한 점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세계 인물 20권은 완간되었고, 앞으로는 <김홍도의 물감>, <장영실의 측우기>, <백남준의 텔레비전>, <신사임당의 쟁반>, <심수환 추기경의 시계>, <석주명의 나비장>, <원효의 해골>, <허준의 침>, <정약용의 편지> 등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황학동 만물상의 만물상에 위인들의 어떤 물건들이 더 소장되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이 시리즈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