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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개, 작은 개?

<큰 개, 작은 개?> 제목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었지요. 사고력을 키워주는 똑똑한 그림책이라는 걸. 2013년부터 시작된 초등교과과정개편으로 스토리텔링 수학 그림책들이 참 많이도 쏟아져 나왔잖아요? 참신한 줄거리에 실생활과 연계하여 수학적 개념을 풀어낸 신개념 수학책들 말이예요. <큰 개, 작은 개?>는 이런 책들과 비슷하면서도 차별된답니다. 바로 '사고력,' 즉 '생각하고 궁리하는 힘'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요.

<큰 개, 작은 개?>는 '사라진 소세지, 그 범인을 찾아라'의 탐정 동화 구조를 취합니다. 소세지라면 사족을 못쓰는 먹을궁리쟁이 '궁리'의 소세지가 자꾸 사라집니다. 약이 올라서라도 범인을 잡아야겠지요?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개'라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네요.

궁리는 마을의 척척박사, 다알지 아저씨와 증거수집에 나섭니다. 밤샘하며 소시지를 지켜보기도 하고, 소시지 근처에 모래를 뿌려 발자국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각의 증거수집 방식에는 오류가 있었기에 궁리는 여전히 소시지를 도둑맞을 뿐 범인을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답니다.

과연 소시지 도둑을 잡을 방법이 없을까요? 이런식의 추리력 훈련을 해본적 없는 8세 아이는 고집스럽게 선입견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큰 개가 범인이라고 계속 우겼어요. 몸집이 크니까 소시지를 더 많이 먹을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에 근거해서 말이지요.

이에 반해, 궁리는 문이 두 개 달린 개집을 이용해서 적합한 증거를 만들기로 한답니다. 책 읽어주기 전에 다시 8세 아이에게 물어보았지요. '소시지 범인을 잡으려면 어떤 문을 열어두어야 하지?' 큰 개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놓지 않는 아이는 큰 문을 열어두어야 큰 개가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을 폅니다. 아이의 허술한 논리를 반격합니다. "큰 문을 열어두면 작은 개도 들어갈 수 있잖아. 소시지가 사라졌을 때 그럼 누가 가져간 것인지 알 수가 없잖아?" 했더니 아이가 그제서야 심각해졌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본격 추론해서 답에 가까워지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나봐요.

드디어 궁리는 소시지 범인이 작은 개임을 알게 되었어요. 작은 개를 비난하거나 혼내는 대신에, 큰 개에게만 맛있는 소시지를 주는 벌을 주었답니다. 물론 더이상 작은 개도 궁리의 소시지를 가져가지 않았고요.

자, 추론의 힘 놀랍지요? 큰 개일까? 작은 개 일까? 답을 찾기 위해서 궁리는 여러 질문을 던져보고 요모조모 답을 궁리해보지요? <큰 개, 작은 개?>에서 쓰인 추론은 4단계를 취했어요.

1단계에선 관련성을 이해하지요. 이 경우, 문의 크기와 개의 크기의 관련성이 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이해하는 것을 말해요.

제 2단계는 자료 해석하기. 이어 3단계에서는 어느 문을 열어두어야 범인을 알 수 있을까의 해결책을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4단계에서는 관찰 결과로 처음의 생각을 검증하지요.

현북스 사고력 동화 시리즈의 제 1권인 <큰 개,작은 개?>는 어린 독자들에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깨우쳐 주고, 생각하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를 소재로, 탐정 이야기의 구조를 취하니 어렵지 않게 사고력 훈련을 할 수 있어 좋네요. 2권의 출간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