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4~5세가 되면 어른들은 혀가 꼬여 발음하기도 어려운 긴 공룡 이름을 십 수개씩 줄줄 외우지요? 부모 욕심에 '이왕 공룡이름 외우는 거, 공룡이 살던 시대의 환경과 공룡의 습성까지 문어발식 지식확장하라'며 공룡백과도 사주고 공부도 시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져있지 않겠어요? 바로 "누가 공룡 화석을 발굴하였을까?"라는 질문이요. 멸종한 지 6000만 년이나 지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누가 깨워 박물관에 옮겨 놓았을까요? <Barnum's Bones>은 바로 그 질문에 답을 해주지요. 열정의 공룡화석 사냥꾼 바넘 브라운의 생애를 전해주면서요. 2012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 선정 'Best Kids Book of 2012'였던 이 책을 봄나무 출판사에서 최근 번역 출간해주었답니다.

한 6개월 전에 아이가 한참 '공룡발굴놀이'에 폭 빠졌더랬지요. 단단한 벽돌모양의 네모란 입체를 망치로 깨고 솔로 살살 긁어내고 하면 공룡의 하얀 뼈가 모습을 드러내거든요. 가루가 엄청 날리는 작업이예요. 게다가 공룡의 뼈들을 다 발굴하려면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린답니다. 가루를 흠뻑 뒤집어쓴 채, 뼈들을 찬찬히 다 꺼내보려고 끙끙거리며 인내를 보이는 아이. 얼마나 성취감이 컸으면 종종 '공룡 발굴놀이'이야기를 다시 꺼내곤 한답니다. 장난감 모형이지만 공룡 발굴 경험이 몇 차례 있었던 아이는 바넘 브라운의 작업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나 봅니다. 시간이 걸리는 참을성의 작업이라는 것을요.

바넘 브라운은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를 떠올리게 해요. 고고학자 부모님을 두었던 그는 화석 발굴터를 놀이터 삼아 컸어요. 정규교육보다는 발굴 현장의 부모님께 화석사냥꾼의 감각을 배웠지요. 평생 열정적으로 발굴하고 많은 제자를 양성했어요. 바넘 브라운도 마찬가지로 현장의 과학자였어요. 캔사스 대학교에서 고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먼지냄새 폴폴나는 책장에 고개를 파묻는 대신, 발굴 현장을 찾아 다니며 흙과 먼지를 온몸으로 뒤집어 쓰며 직접 발굴을 했지요. 멋쟁이였던 그는 발굴을 하면서도 가끔은 중절모에 가죽구두에 넥타이도 매고 털 코트도 입었다고 해요. 실제 google검색해보니 생전의 바넘 브라운의 털코트 차림 사진도 볼 수 있었네요. 멋쟁이 바넘은 요리도 잘해요. 발굴 현장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맛있는 스테이크도 만들어 발굴대원들에게 대접합니다. 바넘은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아요.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계속 공부합니다. 세상에서 아무도 발견한 적 없는 새로운 공룡화석을 발굴하겠다는 바넘의 꿈은 화산분화구, 말라리아 모기나 퓨마 앞에서도, 풍랑 앞에서도 바넘을 움추러 들게하지 못했어요. 어려서 부터 화석이 너무 좋았고, 화석을 통해 옛지구의 과거에 숨결을 불어넣어보고 싶었던 바넘은 끈질기게 화석 사냥을 다닙니다. 결국,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라는 새로운 종의 화석을 발굴하게 되지요. 평생의 꿈을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