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다큐프라임 방영장을 책으로 펴내주면 꼭 찾아 읽어보는 편이다. 무엇보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공들인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기면서 행간에 더 많은 정보를 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심리다큐, 남자>편을 시청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EBS 방송물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 남자의 사생활>에는 글을 쓴 이상화 작가의 목소리와 관점이 크게 반영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내내 "인생 경험 많은 보수 성향의 50~60대 남성'이 평소 후배들에게 해오던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 후반부쯤에 가서 작가는 "몇 년 전 결혼한 조카"가 '이해심 부족한 아내를 만나 술친구를 집으로 초대 못하고 의기소침해진" 사례를 든다. 그제서야 '아, 정말 그렇군.'하며 이상화 작가가 그려진다.

프로필을 검색해보니 이상화 작가는 30여년 방송작가로 달려왔고, 현재는 후진 양성에 더불어 '미래 성문화 연구소'를 개설,운영 중이다. 그래서인지, <내 남자의 사생활>의 Part2에서 대한민국 남성의 성문제를 논하는 데 거침이 없으며 해박하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부부의 섹스횟수는 세계최저이다. 건강한 부부간의 성생활이 행복한 부부, 가정 생활의 근간이자 지표라는 전제를 두고 보았을 때 다소 충격적인 통계이다. 이상화 작가는 대한민국 기혼남성의 높은 성성매 경향을 섹스리스 부부생활과 연결지으며 남편을 적극 침실로 끌어들이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남편 측에서도 여성이 섹스를 통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언지를 섬세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놓치지 않고.

<내 남자의 사생활>을 읽으며 "인생 경험 많은 보수 성향의 50~60대 남성'이 평소 후배들에게 해오던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앞서 적었다. 왜냐고? 이 책은 결국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친절을 가장한 무서운 부담을 지워주니까. "대한 민국, 2013년을 살아가는 한국 남자들은 정말 힘들다. 이해를 바란다. 이해해주고 안아주자. 여자가 남자를 만든다.(part4)'"라면서..... 귀쫑긋하고, 마음에 새겨둘만한 충고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내 남자의 사생활' 대해부도, '남성 몰락 혹은 여성 몰락'의 이분적 현상 진단이 아닌 행복한 공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