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현 작가도 땅콩반바지 하준이처럼 학창 시절 키가 별로 크지 않았었나봐요. 1학년 3반 3번이었대요. 하준이를 성장 클리닉 데리고 다니고, 키크라고 태권도 도장 보내는 하준이네 엄마도 사실 키가 크지 않아요. 통굽 구두를 애용하는 엄마와 키높이 구두 상용자 아빠. 그런데도 엄마는 아빠더러 키가 작아서 "값어치가 몇 백만원을 깎였을 거다."라며 키와 사회적 지위 성공을 연결지으며 하준이를 압박하네요.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해서 '몇 억원짜리 아들이 되어야 하는데', 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하준이는 짝사랑하는 세미에게 정기적으로 닭꼬치 상납을 하느라 침대 및 동전을 뒤져봐야 하는 처지고요, 분식집 아저씨한테 '잘생겼으니 어묵 하나 서비스 달랬다가는 개망신을 당하지요. 게다가 태권도 대련대회에서는 다리가 짧아도 한참 짧아서 헛발질만 하고 말았잖아요. 관장님도 대놓고 하준이에게 "아, 아깝다. 조하준! 다리가 짧아."하셨으니까요.

 

 

 '몸값 높이기=커서의 행복지수'라고 굳게 믿는 엄마. 잘생긴 운기에게 대 놓고 진 아들을 고운 시선으로 볼 수가 없지요. 엄마가 화가 났어요. 지구촌 최강 몸값높은 아들이 되고 싶었던 하준이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대로 끝나면 건전한 어린이 동화가 아니게요? 물론 이송현 작가는 엄마가 따스히 아들의 어깨를 도닥이며, "괜찮아, 우리아들"하는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성석제표 이송현 작가의 결말인지라 은근한 풍자가 있어요. 왜냐하면 하준이네 엄마는 결코 '괜찮지'않을 거거든요. 뻔히 보이거든요? 하준이 몸값높이려고 다리 늘이기 과외라도 시킬걸요? 외모 지상주의. 사람의 가치를 스펙과 외모로 사전 평가해버리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은근한 조롱과 풍자가 돋보입니다. 7세 제 아들이야, 그런 풍자야 나 몰라이고 오로지 '어묵 서비스 사건' 페이지를 또 읽어달라 하겠지만요. 아이 책 읽어주면서 이렇게 크게 깔깔 거려보기도 정말 오랫만입니다. 엄마아빠도 꼭 함께 읽으실 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