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아트의 기법은 제한적입니다. 기껏해야 수십 가지 정도의 기법이 있고, 각 팝업 아트는 그 기법을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달렸다고들 하죠. 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해보이는 것일지라도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고 나면 가장 기본적인 기법들의 반복과 변용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합니다.
『Pop-Up : Everything You Need to Create Your Own Pop-up Book』은 어떻게 그 간단한 기법들이 응용되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 팝업북에는 팝업이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뭐 이런 팝업북이 다 있을까요. 평소라면 화나겠지만 이 경우에는 화나지 않습니다.
직접 만들어야하는 팝업북이기 때문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만의 팝업북'을 만들기 위한 책이거든요. 말하자면 DIY 팝업북이라고나 할까요.
로봇 팝업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이런 밋밋한 페이지들이 나옵니다. 총 네 개의 메인 팝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뜯어낼 수 있는 각 팝업 부품들. 이미 양면 테이프도 붙어있기 때문에 다른 도구도 필요 없습니다. 손만 있다면 조립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만드는 방법들도 들어 있습니다. 설명서와 부품 때문에 꽤나 두꺼워 보이지만, 모두 떼어내고 나면 그렇게 두껍지도 않습니다.
각 페이지는 로봇, 용, 성, 프랑켄슈타인, 정글로 어떤 연관성도 보이지 않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팝업북의 중요한 점은 '직접 만든다'는 것이니만큼 내용의 연속성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팝업북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각 부분들을 조립하는 데 있어 반드시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식으로 인건비를 줄이다니, 영리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정교하고 신기한 기법도, 화려한 일러스트도 없는 미완성 팝업북이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 되었으니까요.
책을 조립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설명서의 그림만 잘 보고 따라가면 비교적 수월하게 한 권의 팝업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 쉽지만은 않아서, 어린 아이가 만들려면 옆에서 어른들이 꼭 지켜봐 줘야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조각들이 사용되고, 여러 기법이 쓰입니다. 까딱 잘못 방심했다가는 종이가 찢어지는 수가 생기니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만들지 말지 꽤나 고민했는데, 결국 만들기 위해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만들어 버렸습니다. 조립하면서 기본적인 팝업 기법이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도 잘 볼 수 있었고요. 재미있는 책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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