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도 아니고, 읽는다고 하더라도 현대물보다는 고전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닉 혼비’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와 ‘어바웃 어 보이’를 좋아하면서 닉 혼비를 알게 되었다. 두 영화 모두 스토리가 탄탄하고 사운드트랙이 너무 좋았다. 흥행 뿐만 아니라 평론가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두 영화의 원작이 바로 닉 혼비가 쓴 소설이었다.

 

닉 혼비는 글을 잘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음악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음악을 아주 좋아했다. 소설을 쓰기 전에 이미 음악평론 활동을 하였다는 것에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제목으로 개봉이 된 ‘하이피델리티’ 라는 소설은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이 책은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들어 있는 새콤달콤한 샐러드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음악과 그 음악에 담겨진 닉 혼비의 개인적인 삶과 생활이 녹아 들어 있다. 틴에이지 팬클럽의 Your Love Is the Place Where I Come From를 시작으로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Thunder Road, 레드 제플린의 Heartbreaker, 산타나의 Samba Pa Ti, 로드 스튜어트의 Mama You Been on My Mind, 밥 딜런의 Can You Please Crawl Out Your Window?, 비틀스의 Rain, 제이 가일스 밴드의 First I Look at the Purse, 밴 모리슨의 Caravan, 잭슨 부라운의 Late for the Sky, 더 패티 스미스 그룹의 Fishing in a River, 로스 로보스의 El Cancionero까지, 그의 음악에 대한 추억이 전해져온다.

 

책에는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같은 장르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팝과 록음악이다. 닉 혼비자신도 가사가 있는 노래만 듣고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는 별로 듣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한다. 재즈나 클래식 음악을 생각하신 분이라면 이 책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소개된 음악 중에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노래도 있지만 다소 생소한 뮤지션과 곡들도 있다. 아마도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음악을 한창 좋아할 때 좋아하는 노래들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닉 혼비도 일 년에 두 번, 자동차에서 틀 카세트테이프를 직접 녹음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닉 혼비의 음악이야기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자신만이 좋아하는 음악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설명할 수 없지만, 누구나 각자 자신에게 감전이라도 된 듯이 다가오는 음악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음악적 순간이 이 책 곳곳에 묻어 나온다.한다.

 

닉 혼비는 음악과 관련한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이나 속내도 그대로 드러낸다. 총각 딱지를 뗄 때 산타나의 Samba Pa Ti를 들으려고 했다거나 젊은 시절에는 눈도 돌리지 않던 잭슨 브라운의 음악을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게 되었다거나, 아들 대니가 자폐 진단을 받았지만 음악에 반응하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는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부치 행콕 앤드 마르스 라쿠튀르 공연을 보고 느낌이 좋아 그 상황을 ‘하이 피델리티’에 사용하였으며, ‘어바웃 어 보이’는 R.E.M.의 E-Bow the Letter를 닮고자 했다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똑같은 책들과 DVD들과 앨범들, 그리고 똑같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가진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음악은 왜 들을까? 특별한 이유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저 좋아서 듣는다, 라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사람에게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런 경우에는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닉 혼비는 이런 자신만의 음악을 독자들과 같이 공유하고 들어보고 싶어 우리에게 손짓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같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닉 혼비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 책까지 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의 음악을 잠시 짬을 내어 같이 들어보는 것도 색다르고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음악, 소설, 닉혼비, 영국,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