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근처에서 조업을 하던 중국인 선원과 배를 나포하면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간의 오래된 영토분쟁이 다시 재연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난데없이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metal)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강경하게 나오던 일본이 백기를 드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희토류는 란탄, 세륨, 네오디뮴 등 17개 원소를 일컫는 희귀금속의 하나로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은 희토류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 중국의 대일본 수출금지조치는 일본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조치였던 것이다.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은 무역규모에서 세계 2위인 일본을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희토류 사건과 같은 초유의 사태는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숨어 있다. 바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총과 칼로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자원으로 상대방을 압박하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 경제대국이 급성장하면서 세계 자원은 블랙홀처럼 이들 나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위와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서 세계 각국에서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중국의 자원확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실질적으로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원전쟁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1장에서는 자원 시장의 현재와 미래의 동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2장에서는 자원쟁탈전과 자원 민주주의 현상에 대해서 살펴보며, 3장에서는 희귀금속을 포함한 금속자원에 대한 각국의 사정을 알아보고, 4장에서는 석유, 석탄 등 지하자원의 공급 전망과 함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자원으로서 태양계 자원, 그리고 그로 인한 식량 자급의 문제에 대해서 설명하며, 5장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교토의정서의 채택과 발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마찰 등 자원 문제를 점검해본다.

 

자원의 최대 포식자인 미국과 중국,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는 EU, 일본, 석유를 둘러싼 산유국의 자원 공급 전략, 그리고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자원 정책 등 치열한 자원경쟁의 모습이 각종 그래프와 도표, 기사 등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5장에서는 자원 확보와 환경보전, 배출량 규제 대응, 조수 사업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본 기업의 구체적인 기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자세히 읽어 보면 주로 중국의 이야기가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은이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보여주는 행보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최근 중국에 밀리고 있고, 세계 각국을 누비며 자국의 이념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이 일본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존재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세계 10대 자원 소비국 중 하나이며 자동차, 반도체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우리의 산업시스템상 자원 확보는 민감한 사안이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등으로 자원확보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우리 영토내의 자원이 아닌 이상 국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지은이는 책의 말미에서 “저가자원의 고갈과 지구온난화라는 두 개의 위기를 고려했을 때 당장 필요한 것은 정부, 기업, 금융기관, 소비자가 ‘에너지절약, 자원절약, 환경보전, 대체에너지와 신에너지의 상업화’ 등에 힘을 모으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현재의 산업구조를 고가자원의 시대에 순응시키는 것이다(책 283쪽 참조).” 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과 달리 자기 나라만 잘 살겠다는 생각으로는 안되는 일이다. 지구촌이다. 지구 환경과 자원의 고갈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같이 협력해야 한다. 국제적인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총성없는 전쟁이 언제 총성으로 변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자원전쟁, 석유, 지하자원, 민족주의, 지구온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