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음악을 이야기하면 보통 연주곡과 보컬곡을 떠올린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연주곡을 좋아하는 사람, 보컬곡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양분이 되기도 하는데, 연주곡이든 보컬곡이든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한다. 그녀가 가진 음색은 다른 어떤 뮤지션의 보컬로도 흉내를 낼 수 없는 그녀만의 색깔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노래 중에서도 유독 'I'm A Fool To Want You'는 재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질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는 많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였고, 후배 뮤지션들이 부르기도 해서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다. 이 음반에는 이 곡 이외에도 그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멋진 곡들로 채워져 있다.

 

이 음반은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녹음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 절절하고 아쉽게 느껴지는 음반이다. 생의 마지막을 감지한 것인지 다른 어떤 앨범보다 이 음반은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이번에 새롭게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서 그녀의 음색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괴로움과 아픔을 겪었던 그녀는 마약에 손을 대었고, 주사 자국을 숨기기 위해 긴 장갑을 낀 채 공연을 했다고 한다. 시대적 상황에서 그녀가 느꼈을 아픔이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로 승화되었다고 생각하니 짠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보컬은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사람들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재즈 음반을 한 장쯤은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내게 있어 빌리 홀리데이의 이 음반은 그런 음반이다. 힘이 들거나 지칠 때 내게 있어 힘이 되어 주는 음반이다. 그녀의 아픔을 같이 느끼다 보면 내면 깊숙이서 힘이 쏟아나는 것 같다. 지금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들어보는 그녀의 노래에서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