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는 전 세계를 휩쓸었다. 신자유주의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공황을 겪은 많은 나라들은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소득평준화와 완전고용을 이룩하여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를 도입하였으나,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불황이 다가오면서 케인즈 이론에 바탕한 경제정책은 실패하였다며,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주장하는 시카고 학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이라는 말로 시장개방을 주장하였고, '세계화'라는 용어도 실은 신자유주의의 산물이었다. 초기 우리는 ‘세계화’라는 의미를 좋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나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같은 다자간 협상을 통한 시장개방의 압력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도 한미 FTA[한미자유무역협정(韓美自由貿易協定,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KORUS FTA)] 협상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국론이 분열될 정도로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밀레니엄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21세기가 시작되자마자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200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는 전 세계를 외환위기의 위험으로 몰고 갔고, 최근 그리스가 국가파산의 위기에까지 몰리는 일이 발생했다. 일련의 상황은 20세기 후반을 주도했던 신자유주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지은이인 장하준 교수는 이미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나쁜 사라리아인들‘ 등의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해왔다. 최근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의 금서목록에 오르면서 그의 책이 오히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다시 재조명을 받기도 하였다. 이 책도 큰 흐름에 있어서는 이전의 책들에서 주장한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1부 ‘경제 발전에 대한 신화와 현실’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 발전에 대한 여섯 가지 신화의 내용과 그에 대한 반박 및 그 허구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2부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정책 대안’에서는 무역과 산업,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국제 민간 자본 흐름, 국내 금융 구제, 거시 경제 정책과 제도들 등의 정책에 대하여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비판하고,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지속가능한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박정희식 독재개발체제나 재벌을 옹호하는 등으로 기존의 전통 경제이론과는 다른 독특한 경제이론을 전개하는 비주류 경제학자로 국내 학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기도 하다. 이론의 일관성이 없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지만, 경제현상의 실제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현실을 이해하려고 하며 무엇보다 실증적인 데이터를 아주 중요시한다.

 

그리고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언제나 열린 입장을 취한다. 이는 일관성과 논리성을 결여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취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하나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토론이 가능하도록 하여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의 이런 행동 자체가 독단적인 신자유주의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유럽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와 미국내 외환위기와 정권교체 등으로 더 이상 유효한 경제체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증명해주었다. 이 책이 나올 시점에는 아직 신자유주의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나라에 의해 신자유주의가 수정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 때늦은 독서가 되었지만 신자유주의의 잘못된 신화와 허구성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찾아보면서 경제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확이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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