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 1번지는 강남이다. 이건 거의 절대명제처럼 굳어져 있다. 강남 소재 학원 강사들의 몸값은 거의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이런 강사들 못지 않게 강남 사교육 시장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강남 학부모들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교과부 직원이나 학교 선생님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이런 사교육 시장에서 자식 교육으로 성공(?)한 부모들이 있으니, 이들을 ‘강남엄마’ 라고 부른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그들이 가진 자식 교육의 노하우에 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 중 일부는 아예 자식 교육에 대한 강사로 나설 정도로 인기가 많은 사람도 있다. 지은이도 그런 유명세를 치른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자식 교육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은 지은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어 봤을 정도다. 15년 동안 자식을 기르면서 갈고 닦은 내공이 묻어 있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지은이의 오랜 노하우를 담고 있다. 수많은 노하우 중에서도 특히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영어 교육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영어교육을 하기 전에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교육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권한다. 그 다음에 초등학교 입학 전 영어교육, 초등학교 영어교육, 중학교 영어교육으로 나누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영어교육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학년별로 내용을 나누고 있지만, 크게 본다면 영어교육기관을 선택하는 방법, 국내외 출간되어 있는 영어교재 선택과 구입법, 내신영어 관리법, 그리고 유학정보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영어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하고 고민을 하는 부모들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교육에 관심을 가진 부모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솔직히 새로운 걸 잔뜩 기대하고 펼쳐 보았지만 별다른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기존에 인터넷이나 학원 엄마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들이 전부였다. 색다른 교육방법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다 주는 책이 될 수 있다. 영어교육의 바이블(Bible)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인터넷이나 학부모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내용을 다시 한 번 더 리바이블(Revival)한 정도다. 한 마디로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한 번 더 리마인드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 공룡이 되었다. 미국이 미국내 총기 산업을 더 이상 규제할 방법이 없듯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도 지금 손을 쓰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점점 더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을 것이다. 해년마다 정부 차원에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뚜렷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 이런 답답한 마음에서 학부모들이 이런 류의 책을 찾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학부모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의도에서 기획이 되었을 것인데, 책은 강남엄마라는 지은이의 브랜드와 시공사라는 출판사의 브랜드 외에는 특별히 찾아볼 게 없다. 시공사라는 출판사의 브랜드 네임이 아까운 책이었다.

영어교육, 강남엄마, 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