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것 중의 하나가 건축이다. 매일 매일 몸담고 살아가는 건축은 인간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발을 디디고 살 때부터 어떤 형태로든 건축은 존재했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피하고 쉴만한 공간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건축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고,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스마트 건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건축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인 만큼 실용적인 면이 많이 강조된다. 그런데 건축을 단순히 실용적인 면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건축은 쓰임새나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서 혹은 심미적인 이유로 건축 그 자체 만의 독특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안도 타다오, 르 코르뷔지에, 가우디 등 우리가 잘 앍고 있는 세계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형화된 건축물과는 다르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잘 만들어진 건축물은 보고 있으면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 미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 우리가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는 건축물과는 다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사각의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되면 그 순간 건축물은 그 본래의 모습이 아닌 사진을 찍는 사람의 눈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기록하고 남기려는 인간의 욕망이 더해진 사진이라는 매체가 건축물과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까? 25년 경력의 프로 건축사진가라는 지은이의 경력이 말해주듯이 지은이는 건축사진을 단순히 사진으로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사진 속에 담긴 건축과 인간의 삶과 생활을 연관시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건축도 결국에는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다섯 개의 공간, 즉 시간을 중심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공간’,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삶과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의 공간’, 인구의 80%이상이 몸담고 살아가는 ‘도시의 공간’, 아직 지어지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만들지를 생각으로 옮긴 건축 모형을 사진으로 담은 ‘가상의 공간’, 그리고 건축에서 우리 삶과 생활을 읽는 ‘사유의 공간’ 이라는 주제로 지은이의 건축 사진에 대한 생각을 소개하고 있다.

 

책 제목 “셧 클락(shut clock)은 농구 경기의 공격 제한 시간인 24초를 재는 시계 샷클락에서 차용한 조어로, 사진의 순간 포착이라는 한시성과 결정력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 사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은이의 현장 노력은 책 곳곳에서 다양한 촬영 노하우와 에피소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각 장에서 소개된 촬영기술 이외에 책의 첫 머리와 말미에서 건축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건축사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읽는 색다른 기회가 되는 책이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려는 내용을 편하게 전달하면 되는데, 우리 인생과 삶을 진중하게 대하는 지은이의 스타일 때문인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지은이의 의도와 달리 글자체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조금만 무게를 뺐더라면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단순히 건축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지은이의 열정과 생각은 건축과 인간, 자연, 환경과 연과되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