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물건은 사람들의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보니 그 용도를 다하거나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기능상 문제가 없어도 유행에 뒤진다는 이유만으로도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물건은 특별한 의미가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소중한 추억이 깃든 의미 있는 물건이 있다. 이런 물건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삶과 인생, 그리고 추억이 깃든 물건은 단순히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에서는 물건의 의미가 예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디자인과 실용적이면서도 편리한 사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를 서두르게 한다. 며칠 전에 산 물건이 유행이 지나거나 아니면 사용하기에 불편한 경우가 생긴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예전의 물건들은 점점 더 생활의 뒤편으로 밀려난다. 자연스럽게 오래된 물건들은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 이정란은 오래된 물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오래된 물건이라는 것은 이미 현재 일상 속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물건들이다. 오래된 물건이라는 표현보다는 골동품에 가까운 물건들이다. 반닫이, 함, 뒤주, 사방탁자, 병풍, 괘종시계, 백자기, 화로, 다듬이, 한지, 고무신, 적삼, 손수건, 목화솜 이불, 버선, 참빗, 소반, 바가지, 시루, 약탕기, 옹기, 바구니 등 26가지 옛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물건들일 수 있지만 성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음직하 물건들이다.

 

지은이는 옛 물건들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각각의 물건들이 생기게 된 배경이나 만드는 과정, 용도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그 물건들을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옛 물건들이 단순히 추억 속의 물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식성과 실용성을 갖춘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각 물건에 관한 이야기 끝에는 구입처, 사용법, 관리법, 관련 속담 등 소소한 이야기까지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옛 물건들은 오래된 구닥다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물건은 그 시대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서 변천을 거듭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변화하는 시대를 거부하면서 옛 물건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옛 물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떠받들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는 항상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추어 생활하는 생활의 지혜도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처럼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고 그에 맞추어 생활의 변화 사이클도 빨라지다보니 우리는 점점 물건의 의미를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불편하다 싶으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는 경향이 있다. 최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폰이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바로 기기를 바꾸어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은이가 옛 물건에 대해 강한 애정을 보이는 것은 물건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서 우리들이 물건의 의미와 함께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는 단순히 물건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옛 것을 되돌아보고 조금은 느리게 가는 것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