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영화가 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것 같은 영화가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가 바로 그런 영화였다.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나카야마 미호’가 호타루의 설원을 배경으로 눈덮인 산을 향해 “오겡끼 데스까(おげんきですか)”라고 외치던 장면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이 영화를 더욱 기억하게 만든 것은 라메이도스(Remedios)가 맡은 영화음악 때문이었다. 피아노와 현악기가 어우러진 음악들은 주인공들의 애잔한 마음을 살짝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듯이 가슴을 파고 든다. 몇 곡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이 다 좋다. 어느 곡 하나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영상과 잘 맞아 떨어지는 멋진 음악들이다.

 

오래 전의 기억, 추억, 손편지, 우체통 등. 과거의 순간 순간을 떠올리며 되돌아가는 시간은 어쿠스틱 악기와 함께 우리 자신의 추억 속으로 잠기게 만드는 매력적인 곡들이다. 영화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나 자신의 배경음악이 된 것 같다. 그 어떤 영화와 영화음악도 이처럼 사람의 감성을 잘 이해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본다.

 

국내 재개봉을 기념하면서 새롭게 발매되는 음반이어서 반갑다. 영화가 개봉되고 난 뒤 10여년이 훨씬 넘었지만 그때의 감동은 여전하다. 피아노가 쓸쓸하게 들려오는 ‘His Smile', 바이올린이 앙증맞게 울리는 ’Childhood Days',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A Winter Story', 그리고 마지막 곡인 ’Small Happiness'까지 어느 곡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곡이 없다. 겨울의 끝자락에 듣는 음악이어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