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는 감기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괴롭힌다. 오늘도 지하철 안에서는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기침을 통해 감기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된다. 예전에는 바이러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요즘은 바이러스 자체가 내성이 워낙 강해서 왠만해서는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과학이 발달하자 바이러스도 거기에 맞추어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TV나 신문 등 매스컴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야 하는지, 바이러스가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에 대해 보도를 한다. 한때 사스 바이러스나 HIV 바이러스에 대한 보도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두려움을 안겨다 주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바이러스는 그저 인간에게 유해한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것은 유해하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바이러스의 모습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은이는 바이러스가 없다면 인간과 진구는 존재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한다.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바이러스에 대한 통념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가 바이러스에 대해 주장하는 내용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은이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지구에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유도 바로 우리들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 이상이다. 거기다가 바이러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보니 바이러스라는 실체에 대해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책은 우리가 아는 생명이 40억 년 전 바이러스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고, 생명의 유전적 다양성 중 대부분이 바이러스 유전자에 들어 있으며,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상당 부분을 바이러스가 생산하고 있다며, 바이러스는 지구 생태계의 진화와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또 바이러스는 종 사이에 DNA를 옮김으로써 새로운 물질을 제공하며, 방대한 생물 개체군의 크기를 조절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미생물에서 대형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은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왔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역사를 빼놓고는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까지 바이러스에 대해 전혀 접해보지 못한 내용들이다. 바이러스는 무조건적으로 유해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지은이는 바이러스가 미래에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좌우할지에 대한 논의까지 소개하면서 바이러스와 인간의 공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학책으로는 드물게 얇은 책이다. 그런데 내용은 책의 두께와 달리 풍성하다. 지은이의 명쾌하고 탁월한 혜안은 마냥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바이러스의 세계를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전달해 주고 있다.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쉽고 편하기 읽을 수 있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