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아침, 저녁으로는 공기가 차갑다. 하지만 낮시간이 되면 햇살이 따사롭게 다가온다. 곧 봄이 올 것 같은 느낌이다. 두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봄기운을 호흡하고 싶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한껏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느끼고 싶다.

 

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악기 중 하나가 바로 피아노가 아닐까 한다. 클래식 음악을 제외하고 팝음악에서 피아니스트를 꼽으라고 하면 조지 윈스턴, 유키 구라모토, 이사오 사사키, 양방언, 이루마, 스티브 바라캇 등을 든다. 예전에는 경음악, 엘리베이터 음악으로 알려졌던 연주 음악이 요즘은 뉴 에이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뮤지션 이전에 8,90년대를 풍미한 피아니스트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리차드 클레이더만(Richard Clayderman)”이다. 청명한 피아노 사운드가 일품인 아들린느를 위한 발라드(Ballade Pour Adelne)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리차드 클레이더만은 지금까지 약 50여장의 앨범을 발매하여 8,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전무후무한 뮤지션이다. 우리나라에도 수 차례에 걸쳐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음악적 트랜드가 바뀌면서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가 첫 데카 앨범이자 10년만의 첫 스튜디오 녹음 앨범 “Romantique"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듣게 되는 그의 신보 소식은 봄을 맞이하는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이번 음반 발매에 맞추어 4월 11, 12일 양일간에 걸쳐 세종 문화 회관 대극장에서 내한공연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좋다. 때로는 멜랑콜리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때로는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편안한 느낌이다. “Romantique”라는 앨범 제목과 잘 어울리는 연주다. 이번 앨범에는 Adagio From Spartacus, Les Miserables, Ballade Pour Adelne를 비롯하여 O Mio Babbino Caro, You Raise Me Up, Nessun Dorma에 이르기까지 뮤지컬, 팝, 영화음악,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리차드 클레이더만 특유의 감성으로 녹여내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곡을 보면 그가 이제까지 발매한 음반에 한 번쯤은 수록되었던 곡들로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곡구성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신만의 감성으로 곡을 읽고 연주하는 그의 열정적인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잠시 잊고 지내던 리차드 클레이더만을 다시 새롭게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것처럼 아스라이 번져오는 투명하고 영롱한 피아노의 울림은 벌써 봄을 향해 달려가는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다. 리처드 클레이더만을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음반이고, 그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피아노가 주는 음악의 매력과 함께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