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5급 공무원 공채시험에서도 한국사 과목이 내년부터는 필수가 되는 등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한국사 반영을 확대하며, 대학 입시에서도 한국사를 반영할 것을 적극 권장하는 발표를 하였다.

 

한국 국민으로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발표를 하고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 우리네 모습이 조상님네들 앞에 너무 부끄럽다.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웃지못할 촌극이다. 좋게 생각하면 그나마 더 늦기 전에 한국사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인식하였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학교내 역사 교육만이 문제가 아니다. 학교를 벗어나면 역사에 관한 책을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역사 교육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학창시절 읽은 역사책 이외에는 특별히 역사책을 따로 읽는 경우는 드물다. 책보다는 TV드라마나 영화, 역사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우리 역사를 접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한다. TV드라마나 영화는 극적인 흥미를 위해 픽션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다른 경우도 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역사를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우리 역사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이를 충족시켜 줄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학계 각 분야의 권위자 17명이 집필한 역사 시리즈 중 ‘원시시대에서 남북국시대까지’, 즉 70만 년 전부터 9세기 까지를 다룬 책이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반도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를 지나 한반도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형성되고 발전한 원시시대와 국가의 형성 단계를 거쳐 고조선, 부여, 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연맹체가 성립과 발전을 거듭하다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를 이루고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표현인 남북국 시대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고대사회의 신분제, 생산과 경제, 사상과 종교, 생활과 문화 등 고대의 사회와 문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다른 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희귀한 사진 등을 포함한 풍부한 사진과 그림 등은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따로 떼내어 좀 더 깊이 있고 상세한 설명을 달고 있어서, 학창시절 이후 역사책을 잘 읽지 않은 세대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일본은 아직도 독도는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런 일본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왜, 무슨 이유로 독도가 일본의 땅이 아니라는 데 대한 역사적 사료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의 역사인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말로만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역사를 호흡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과 함께 제대로 된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 제목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다문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세계화 시대에 들어서 있는 현재,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는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일정 정도 부응하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시 살아난 역사 교육에 대한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역사, 필수과목, 고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