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는 보통 ‘그림을 감상한다’, ‘그림을 본다’, ‘그림을 읽는다’ 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런 표현들은 전부 그림이 가지는 가치나 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으로 그림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떤 그림 앞에서는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그림 앞에서는 슬픔이 배가 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그림 앞에서는 겸손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왜 그런걸까? 다른 모든 예술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당시 자신들의 생각이나 느낌이 반영되어 그림에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그 그림을 볼 당시 나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선이 작가의 생각과 매치되는 면이 있다면, 어떤 작품에서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특별한 이유나 감정이 없어 기계적으로 그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가들의 행위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행위에는 동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즉 무의식적 동기에서 유발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림은 어느 정도 심리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림이 가지는 이런 점을 이용하여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 책도 바로 그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인 그림 관련 책들처럼 단순히 화가들의 일생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CHA의과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임상미술치료전공 주임교수이자 차병원 미술치료 클리닉 교수인 지은이가 직접 상담자들을 대상으로 명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게 하고 이를 통해 치유를 하는 과정과 함께 그에 관련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1부 ‘기쁨과 환희를 발견하고 마음의 치유를 얻다’에서는 화려한 원색을 통해 자신의 심리를 표출한 고갱, 황금빛 색채와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한 여성을 주로 그림의 소재로 선택한 클림트,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따스함이 묻어 나오는 구도와 색채를 사용한 샤갈을, 2부 ‘우울함과 슬픔을 직시하고 상처입은 마음을 회복하다’에서는 작가의 신체적인 결함과 정신적인 아픔이 그림에 그대로 드러난 로트렉과 뭉크를, 3부 ‘무의식과 초현실을 관찰하고 치유의 마음을 얻다’에서는 자신의 삶만큼이나 열정적이면 화려한 색채로 그림을 그린 고흐,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꿈과 현실의 경계선 상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구도를 사용한 달리, 초현실의 세계를 그림의 주제로 선택한 마그리트를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팁으로 작가들의 그림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는 테라피 노하우를 실어 두고 있고, 책의 말미에는 ‘명화를 통해 치유의 길을 얻은 사례’를 수록하고 있다.

 

이제까지 읽어 온 그림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작가들의 생애와 삶, 그리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어떤 면에서는 지식을 쌓는 그림 보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화가의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게 해주는 명화의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가의 자전적인 삶과 생각이 담긴 그림은 그 명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심리상태, 건강까지 읽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껏 그림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그림을 읽게 해주는 책이었다. 어쩌면 나 자신도 그림을 보면서 내 마음 속의 슬픔과 기쁨, 아픔, 행복을 같이 공유하며 치유하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그림, 심리학, 치유, 미술치료, 테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