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하버드 대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는 척박한 우리나라 인문학 토양에서 보기 드물게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되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EBS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방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의가 디비디로 출시도 되었다. 우리나라 책시장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정서와 맞물려 마이클 샌델 교수의 글이 많은 호응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가 대중들에게도 공감을 줄 정도로 아주 쉽고 편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이나 강의를 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마이클 샌델 교수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마이클 샌델 교수와 같이 캠퍼스 안에서만 안주하지 않고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년 넘게 ‘세계일보’에 연재되었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바탕으로 내용을 보강하여 60명의 학자들을 소개한 것이라고 한다. 각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연구 성과를 실고 있다. 전문성과 함께 대중성을 겸비하고 있는 학자들이다. 이들의 수업을 도강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다.

 

책은 총 7개의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날 선 직관력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다'에서는 김난도, 박노자, 황상민 등을,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지식인'에서는 강수돌, 고병권, 우석훈 등을, '대중과의 부지런한 소통, 즐거운 교감'에서는 김정운, 유홍준, 임석재, 정민 등을, '행복한 삶과 사회를 고민하는 우리 시대 인문학자들'에서는 이정우, 고(故) 장영희, 주경철 등을, '과학과 인문학의 이종교배, 지식의 대통합을 꿈꾸다'에서는 박상진, 최재천, 홍성욱 등을, '우리 옛것을 향한 올곧은 탐구'에서는 안대회, 정병조, 최창조 등을, '상아탑 안과 밖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다'에서는 안철수, 정관용, 정운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학자들이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하지만 실제 우리들의 생활에서 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박노자, 우석훈, 유홍준, 최재천, 김정운, 안철수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많이 소개된 학자들 이외에는 책으로만 만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서인지 다소 거리가 있게 느껴진다. 정치적인 분야에 관한 글을 쓰는 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정서상 대중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에 반해 나머지 분야에서는 생각보다 그렇게 원활하게 대중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기본적으로는 학자들이 대중들과의 소통을 하는 방법에서도 문제가 있을 것이고, 대중들도 정치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유독 정치에만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관계로 나머지 분야는 자연스럽게 대중들과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 소개된 학자들 이외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들도 쉽고 편안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이런 학자들과 대중들의 열망이 제대로 불씨를 댕길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 이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모처럼 피어오른 대중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학자, 마이클샌델, 대중,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