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오사카 지역을 다녀왔다. 올해는 도쿄를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재해가 닥치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계의 도시를 꼽으면 언제나 등장하는 도시 중의 하나가 도쿄다. 도쿄는 세계적인 도시다. 세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멋쟁이들은 도쿄에 다 모여있다는 말도 있다. 과연 도쿄 남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뭘하며 지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패션, 음식, 문화 등을 소개한 책들은 많다. 여행 서적이나 문화 관련 서적은 책내용이 성(性)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체적으로 여성 중심으로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남성에 대해서만 다루는 경우는 드문데, 이 책은 도쿄 남자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기획이어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100회 이상 도쿄를 방문하면서 그가 보고 느낀 도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쿄의 이미지는 여성적인 것이었는데, 지은이는 도쿄는 전적으로 남성을 위한 도시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세상이 바뀌어도 많이 바뀌건가? 아니면 단지 시선의 변화가 생긴 것 뿐일까. 여하튼 도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남성들이 즐길만한 곳을 소개하는 지은이의 눈은 이제까지의 책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책은 9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주(酒), 식(食), 휴(休), 락(樂), 야(夜), 애(愛), 의(衣), 숙(宿), 사(事)’ 라는 아홉 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것이 전부다. 한 마디로 ‘놀고 먹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일 먼저 도쿄 뒷골목의 가볼만한 술집들을 소개하고, 이어서 음식, 카페, 서점, 전자 제품 백화점 등 쇼핑할 만한 곳, 밤을 즐기기 좋은 곳 등을 소개한다.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에는 ‘DATA'라는 제목으로 주소, 전화번호, 비용, 웹사이트, 길안내 등을 실어두고 있어서 찾아가는데 유용하도록 해두고 있다.

 

여행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남자를 중심으로 해서 도쿄를 소개하였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소개되고 있는 것들이 전부 향락적인 것들이어서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다소 실망스럽다.

 

도쿄는 쿄토에서 수도를 옮겨 온 이후로 일본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세계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에서 먹고 마시는 것 위주로 명소를 소개하는 것은 도쿄라는 도시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같다. 그리고 남성들도 그 나라,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건데, 먹거리 챕터를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반은 도쿄라는 공간과 시간을 설명할 수 있는 지면으로 할애하였더라면 좀 더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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