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과 가장 친숙한 예술 장르가 뭐냐고 물으면 개인적으로는 서스럼없이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20세기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겨난 영화는 가장 빠른 속도로 대중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테마 중의 하나도 영화다. 최신 개봉 영화나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영화를 모르면 이야기에도 끼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주말마다 영화관은 사람으로 북적댄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지인끼리. 영화를 같이 보는 사람들의 색깔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실제와 같은 영화 속에서, 또는 현실에서는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들이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스크린을 통해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저마다 머리 속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영화관을 들어서고 나서는 것 같다.

 

장르가 SF든, 스릴러든, 로맨스물이든, 무협물이든, 어떤 영화 장르든 영화는 본질적으로 우리 인간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날씨과 씨줄로 촘촘히 엮인 스토리와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현실의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각자 꿈꾸는 모습을 영화에서 보기도 하고, 현재 자신의 처지와 모습을 영화에서 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대중들과 친숙한 사이가 되지 않았나 한다.

 

이런 대중친화적인 영화의 특성상 다른 인접 학문에서 영화를 매개로 하는 통섭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었다. 인문학, 심리학, 미학, 음악, 미술, 그림, 건축, 사진,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화와 연계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와 가장 친숙한 주제라면 영화가 아닐까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살펴봄으로써 좀 더 쉽게 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다.

 

책은 ‘상처와 치유’, ‘내면과 변화’, ‘관계와 소통’, ‘사랑과 욕망’ 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주제에 맞는 27편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일단 관련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책을 읽는 데는 조금 힘이 들 수도 있다. 되도록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관련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이 좀 더 편하게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이미 몇 권 출간된 적이 있어서 신선한 맛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내가 본 영화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색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고, 영화 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언저리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여서 나름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던 것 같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오늘도 사람들은 쌍쌍으로 짝을 맞추어, 아니면 혼자서 고독을 씹으며 스크린 가득히 펼쳐지는 꿈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를 한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걸까. 이 책을 보면 그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을까 한다.

심리학,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