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현대에 들어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생동감 있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적도 있다. 물론 좋은 기획이긴 하지만 무조건 새로운 옷을 갈아 입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옛것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지금의 정책은 경제적인 면과 심미적인 면만을 고려한 채 도시를 무조건 새롭게 디자인 하려고만 한다는 것이 문제다.

 

조선시대 수도로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인 만큼 서울이라는 곳에는 많은 숨결과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래서 서울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도시라고 본다. 성인이 되어서 서울 생활을 하기 시작한 나에게 있어서도 서울은 각별한 도시로 존재하는 곳이다. 서울 어디를 가더라도 옛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얽힌 추억도 그 흔적과 같이 하고 있다. 서울은 단순히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최근 서점가에는 서울을 소재로 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서울의 내력을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책,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서울이라는 공간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하는 책, 성곽길 걷기 여행, 카페 탐방 등 서울의 공간을 찾아가는 책 등 다양한 소재로 서울이라는 곳을 조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이 서울의 모습과 시간을 담은 사진을 자료로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특이하게도 서울의 모습과 시간을 스케치라는 수단으로 담아내고 있다.

 

스케치는 사진에 비해 손이 많이 간다. 사진으로 촬영한 것을 보고 스케치를 한다고 해도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데, 지은이는 직접 현장에서 대상물을 관찰하면서 스케치를 했다. 종각을 스케치하는데는 3개월 2주 걸려서 완성했을 정도다. 아주 미세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그리고 있다. 사진이 주는 질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더 정감이 가고 사진으로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서울의 모습과 시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체험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은이는 경복궁을 시작으로 명동, 수진궁, 효자동, 광화문 광장, 종로, 청계천, 우정총국, 정동, 혜화동, 숭례문, 경교장, 딜쿠샤, 인사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 14곳을 소개하고 있다. 추억이 어린 곳을 둘러보는 지은이의 애정어린 시선이 스케치 곳곳에 묻어나는 것 같다. 단순히 명소만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은이의 개인적인 추억과 역사적인 이야기 등을 스케치로 그려내는가 하면, 고궁 입장권, 일반인들의 살아가는 모습 등 소소한 일상도 스케치로 담아 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서울의 모습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쓴소리도 스케치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미처 다 담지 못한 풍경들’ 이라는 제목으로 책 본문에 실지 못한 스케치를 한 곳에 모아 두고 있다. 지은이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지은이가 스케치로 서울의 곳곳을 담아내는 작업을 좀 더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천편일률적인 서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느낌이자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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