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를 나가보면 어디서든 사진기를 든 사람들을 보게 된다. 휴대전화에도 사진기 기능이 있어서 원하면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예전에는 사진기도 귀한 물건이어서 사진기를 가진 집도 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대단한 취미를 가진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이 되어 누구나 자신만의 사진을 찍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인터넷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찍는 경우가 늘어나고 많다.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기 보다는 흥미 위주나 보여주기 위한 의미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이 책은 지은이가 특별한 사전 여행 계획없이 무작정 시작한 발걸음을 따라가고 있다. 지은이는 180여 일 동안 파리, 런던, 베를린 등을 중심으로 여행하면서, 주로 사진 축제, 사진 시장, 미술관 등을 둘러 본다. 그러면서 사진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진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또 다른 질문이 시작되고,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가 이 책을 이루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되어 있다. 1장 ‘프랑스에서 사진을 따라 걷다’에서는 오르세에서 사진의 탄생을 보고, 회화와 사진이 만나던 19세기 파리를 생각하며, 페르피냥과 고호의 마을 아를에서 열린 사진 축제를 둘러본다. 2장 ‘독일에서 사진을 읽다’에서는 함부르크, 쾰른 포토키나, 베를린 등을 여행하면서 그 속에서 사진을 바라보고, 또한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곳의 풍경, 느낌 등을 전하며, 3장 ‘영국에서 사진을 생각하다’에서는 전쟁, 매그넘 워크숍, 미술 시장, 터너의 풍경화, 테이트 갤러리 등과 관련한 사진 이야기를 꺼집어 낸다. 4장 ‘파리에서 사진을 즐기다’에서는 프랑스 그 중에서도 파리, 모든 이들의 연인인 파리 여행에서 만나고 보고 읽은 이야기들을 하나 둘 풀어낸다.

 

요즘 여행 에세이가 하나의 출판 트렌드처럼 되어 있다. 이 책도 그런 장르의 책이다. 지은이가 여행을 통해 얻은 느낌과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모든 여행 관련 책들이 그렇듯이 다소 주관적인 ‘여행자의 시선’이 담겨져 있고, ‘일회적’인 내용들이어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180여 일이라는 시간으로 잠시 스쳐 지나간 것들에 대한 단상이 될 수는 있지만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녹아 들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도 다른 책들과 큰 차별화가 없는 듯도 보이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지은이가 사진기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진이 탄생한 오르세에서 시작된 사진 이야기는 일반인들이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내용이다. 너무 복잡하고 기술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가장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여서 큰 부담감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사진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찍는다’ 라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한 장의 사진이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있는 사물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대상물을 찍는 것은 사람의 눈과 마음이다. 마음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렌즈를 가지게 된 셈이다. 유럽이 아니더라도 내 가족, 이웃,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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