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 내지 불안감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편안함을 느끼지만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이 나타나면 일단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최초’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엄청난 땀과 눈물이 배어있을 것만 같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이상을 물질적 재료에 의하여 표현하고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당연히 작가의 개인적인 주관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 예술이다. 물론 인간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도 그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 보편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으면 대중들과 교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술의 특성으로 인해 기존의 것과는 다른 예술적 표현이 이루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당황하게 되고 심지어 그 작품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이는 예술사를 통해서 수도 없이 보아왔던 일이다. 이 책에는 많은 예술 장르 중에서도 미술사에 있어서 그와 같은 최초의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초의 미술, 스타, 초상화, 밤을 그린 그림, 동물을 그린 사실적인 드로잉, 겨울 풍경, 목판화와 동판화, 햇빛과 그림자, 일점 원근법을 이용한 그림, 사실적인 나체 묘사, 자화상, 사실적인 풍경화, 착시 천장화, 정물화, 성모 마리아가 그림의 중앙에서 벗어났을 때, 순수한 풍경화, 꿈 그림, 바로크 회화의 시작, 은하수를 그린 그림, 속도를 묘사한 그림, 석판화, 사진, 인상주의 그림, 추상 회화, 입체파 회화, 미래파 회화, 아기 예수를 때리는 성모를 그린 그림, 물감을 뿌려서 그린 그림, 팝아트 회화, 거꾸로 그린 그림 등 미술사에서 최초라고 할 수 있는 30가지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현재 이 책에 소개되는 그림들을 보면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다양한 예술 장르와 방식등에 익숙한 나머지 이 그림들이 생소하거나 유별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 이 그림들은 파격적인 소재나 미술기법이 사용된 획기적인 그림이었을 것이다. 책은 새로운 장르가 나타나게 된 시대 상황과 당시 화가들이 싸워야 했던 관습과 고정관념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어떤 주제나 미술기법이 최초로 등장했을 때 어떻게 다루어졌으며 당대의 그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라간다.

 

최근 많이 출간되고 있는 일반적인 미술사 서적이나 에세이 등과 달리 이 책은 화가들이 ‘최초’로 새로운 소재나 미술기법을 터득하게 된 단계에 주목하여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노력을 경주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최초’가 된 그림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최초’가 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겪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예술 장르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비록 그림이라는 장르를 통해 ‘최초’를 이야기했지만 다른 장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초’의 그림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게 된 특이한 그림책 읽기였다.

그림, 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