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正義, Justice)는 무엇일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고 어떤 문제상황에 봉착했을 때 그 해결 수단으로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의다. 하지만 정의를 무자르듯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지 않을까 한다. 단어 자체로만 본다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만, 정의의 역사가 설명해주듯이 실제로는 애매모호한 개념이며, 정의의 뜻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 배운 아리스토텔레스,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 등이 정의에 대해 주장한 내용을 아는 정도가 정의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전부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의 본질이 평등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평균적 정의’와 각자가 개인의 능력이나 사회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배분적 정의’로 구분한 내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이후로 정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정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은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센델 교수가 실제 하버드대에서 ‘Justice’란 주제로 한 강의를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것이다. 매년 천여 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연속 수강하는 전설의 명강의라고 한다. 책은 10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옳은일하기’를 시작으로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시장과 도덕’, ‘이마누엘 칸트’, ‘존 롤스’, ‘소수집단우대정책논쟁’, ‘아리스토텔레스’, ‘충직 딜레마’, ‘정의와 공동선’ 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그 질문에 답하면서 정의를 생각해보게 한다.

 

어떤 상처를 입어야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징집과 고용, 무엇이 옳은가?, 삶은 불공평한가?, 인종별 우대정책은 권리를 침해하는가?, 대학이 경매로 입학생을 뽑아도 될까?,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조상의 죄를 우리가 속죄해야 하는가?, 애국심이 미덕인가? 대리 출산 계약과 정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정치, 낙태와 줄기세포 논란, 동성혼 등 우리 사회의 핫이슈 등이 10가지의 주제 아래서 서로 연관을 맺으면서 우리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며,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고대로부터 근현대를 거친 지금에와서 정의를 이해하는 방법으로는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이 세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이 세 가지가 서로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 상충하는 경우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정의는 그 어느때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정부, 소수당의 보호,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는 경제정책,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의 앵벌이로 몰고 가고 있다는 암울한 교육 현실, 정치적인 입김이 들어가고 있는 문화 등 우리 사회 다방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 속에는 궁극적으로 정의라는 것이 웅크리고 있다. 단번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의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난 이야기들 속에서 어떻게 조화되고 충돌하는지를 들려주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우리 개인들이 올바르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판단하며, 이 사회가 좀 더 건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어떠한 것인지 이해하게 된다.

 

물론 머리 속에서만 머무르는 이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각종 문제 상황에서 이를 직접 생활에 옮겨 적용할 때 우리는 진정한 민주 시민으로서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가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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