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이 가장 불신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치가 아닐까 한다. 선거철만되면 철새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정치인들이 아직 없어지지 않는 구태를 보여주고 있고,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다가도 집권만 하면 국민들과의 소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현 정부는 최근 지방자치선거에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가장 큰 원인은 국민들과의 소통 부재였다.

 

한 나라의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곁에는 수많은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있다.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그럴만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연연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투표나 시위 등으로 직접 칼을 빼들지 않으면 전혀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민주공화국이 아닌 세습전제군주국인 조선시대에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사약을 마다하지 않은 선비들이 있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왕위가 세습되고 왕의 목소리가 곧 국가의 목소리인 사회라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이 책에는 당당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선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과거제도에서는 초시(初試)에 합격을 하여 진사(進士)나 생원(生員)이 되면 성균관에 입학하여 관비장학생의 특혜를 입으면서 중시(重試)를 준비했는데, 그들이 공부하는 성균관의 구내에는 대성전(大成殿)이 있다. 이는 ‘문묘(文廟, 성균관 대성전)’라고도 불리는 아주 신성한 곳으로 해동 18현(海東十八賢)으로 추앙되는 명현들이 배향되어 있다. 이 책에는 그 분들의 삶과 인생을 담고 있다. 4장으로 나누어,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 최치원, 설총, 안향, 정몽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선비 이외에 최치원, 설총, 안향, 정몽주 등 신라와 고려 시대에 활약한 선비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를 왕과 신하들의 권력다툼의 관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왕이 신하들에 의해 바뀌고 심지어는 독살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마디로 왕은 힘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당시를 살아보지 않아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나의 사회를 읽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이 그 사회를 보는 눈도 여러 가지 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위와 같은 생각도 전혀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신하들이 왕에게 직언을 하고 이로 인해 산간벽지에 귀양을 가거나 사약을 받기까지 했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많다. 그리고 길지 않은 내용들이어서 역사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그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통해 우리는 지금 현재의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모처럼 우리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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