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에서 우리나라는 그리스를 2:0으로 이겼다. 전국적으로 100만 인파가 경기를 응원했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열광적으로 경기를 응원하는 군중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과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역으로 이제까지 제대로 된 놀이 문화가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오랜 일제강점기를 벗어났지만 곧 민족상잔의 6.25사변을 겪으면서 우리민족은 폐허가 된 나라를 복구하기 위해 경제에만 매달리게 되었다. ‘놀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처지였다. 자연히 ‘놀이’는 ‘일’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제대로 된 ‘놀이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채, 우리 사회에는 왜곡된 성인들의 놀이문화가 독버섯처럼 번져갔고,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들도 늘어만 갔다. 인터넷 게임에 정신이 팔린 채 자신들의 아이를 사망케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를 우울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주5일제 근무의 확산과 가족 중심의 문화, 그리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놀이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은이는 현대인들은 ‘놀이’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놀이 없는 삶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하는, 지루하고 기계적인 것일 뿐이다. 놀이는 음료수를 휘젓는 막대와 같다. 놀이는 모든 예술, 게임, 책, 스포츠, 영화, 패션, 재미, 경이로움의 토대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근본이며,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정수精髓이자 인생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것이다(책 47쪽 참조).”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즐거움을 찾았지만 성인이 되면서 ‘놀이’는 비생산적이고 시간 낭비이며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지은이는 이런 부정적인 혐의에서 ‘놀이’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한다. 1장에서는 왜 놀이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2장에서는 아이의 미래, 일과 창의성의 비결, 관계의 어려움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놀이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1966년 8월 오스틴 텍사스 대학에서 찰스 휘트먼이라는 건축학과 학생이 캠퍼스 타워에 올라가 사람들을 행해 무차별 총질을 하여 15명이 죽고 31명이 부상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소개하는 등 각 챕터마다 그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들어가며 ‘놀이’가 우리 인생에 있어서 끼치는 영향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1938년 자신이 쓴 책에서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라고 명명하였다. 즉 ‘놀이’는 인간의 특성을 규정짓는 하나의 중요한 인자라는 것이다. 하위징아의 이론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놀이’가 차지하는 의미는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서는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얼마전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를 선보인 ‘스티브 잡스’는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실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창의성은 즐거운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활력을 찾게 된다. 이제 우리는 잊고 지내왔던 ‘놀이’의 즐거움과 행복을 되찾을 때가 왔다. ‘놀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오늘은 무슨 재미난 놀이를 할까? 이번 주에는 무슨 재미난 놀이를 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하루 하루가 즐거운 생활이 되지 않을까. 별다른 생각없이 잊고 지내온 ‘놀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아주 값진 책이었다.

놀이, 일, 창의성, 호모루덴스, 요한하위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