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저물 무렵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불안은 21세기가 밝아온 지금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다가오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는가!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막연하기만 한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물론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일반 대중들의 욕구에 힘입어(?) 서점가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와있다.

 

학자들은 앞다투어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이제까지 우리가 보고, 듣고, 감지했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 인간이 상상하는 이상의 세계를 가져다 줄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해체, 재편될 것이다. 우리가 공상과학소설에서 읽었던 내용이나 SF영화에서 보았던 일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인간 삶의 모든 부분에 획기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삼아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알리야와 다비드라는 환경과 조건이 서로 확연히 다르게 태어난 두 인물을 통해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생, 학습, 사랑, 노동, 풍요, 전쟁과 재난, 정치, 종교, 삶, 죽음 등. 인간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겪는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다. 시작부터 파격적인 이야기가 쏟아진다. 미래에는 대리모가 엄연한 정식적 직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얼마전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영화 ‘아바타’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가상의 연인, 아바타가 등장하여 사랑의 방식도 변할 것이라고 한다. 미래에도 전쟁과 재난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빠지지 않는다.

 

분량이 꽤되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기까지를 담은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지은이의 이야기에 푸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대한 책 내용만큼이나 지은이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풍부한 자료들은, 이 책이 요즘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단순한 흥미위주의 미래예측서와는 차별화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이 책에서 지은이가 예측한 미래가 전부 맞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은이가 예측하는 미래의 상당부분은 지금 그 싹을 틔우고 있는 것도 있고,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내용도 있다. 인간은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태어나서 죽기까지 인간은 혼자다. 그래서 더 불안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인생이 재미있을 수 있는 변수도 있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지금의 삶 내지 생활이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지 않을까. 정치, 경제, 문화, 종교, 교육 등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한다면, 작게는 개인에게 크게는 인류에게 닥칠 불행한 일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이런 미래예측서를 투자 내지 처세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운 면도 있다.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으로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