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Texas A&M 대학교에서 농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농업의 전문가다. 그는 현재 국제곡물분석협의회에서 활동하면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식량'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이미 지나왔다고 생각하는 먹을 게 부족하던 '보릿고개' 시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게을러서? 아니다. 그것은 국제적인 흐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국제 식량 시장은 변화무쌍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지금까지 식량 지표를 3S(sufficient=충분하고 , stable=안정적이며 , simple=단순한)로 나타냈다면, 앞으로는 3R가 보다 현실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3R은 'rare(부족하고)' , 'risky(위험하지만)' , 'renovated(진화된)'이다. 아마, 식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실감이 잘 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보면 이미 전세계적으로 식량부족의 가능성이 관찰되고 있다.

 잇따른 도시화로, 식량을 생산하는 땅이 줄고 있다. 이러한 식량공급의 감소와 반대로 식량 수요는 날로 늘고 있다. 신흥국가의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맬서스의 극단적이고 도발적인 상상이 현대에 다시 한 번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그는 '전쟁'이 수요를 줄여서 안정적인 식량 경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게다가, 중국이나 미국같은 세계적인 식량 생산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읽고 식량 공급을 조절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인 식량 현실이 급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곳 중 하나는 바로 저개발 빈국이다. 아래 사진을 기억하는가?

 위의 사진은 MBC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방영한 아이티의 주식인 진흙 쿠키다. 주성분인 진흙때문에 먹고 난 뒤에는 소화불량으로 앓아야 하지만 죽지 않기 위해서 그들은 저것을 먹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조가 줄어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티 같은 저개발 국가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한 인프라도, 기술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프리카의 여러 빈국에도 수없이 반복된다. '보릿고개'가 '글로벌'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먹거리 불안은 총체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시카고대학교 베커 교수의 분석을 들어보자.

 "식량가격이 1/3상승하면 부국은 생활수준이 3퍼센트 하락하지만, 빈국은 20퍼센트나 하락한다"

 '우리'도 이러한 식량 시장 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해결하지 못해서 고생하고 있다. 정부에서 그렇게 노력해도 물가상승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국제 식량 가격의 상승이다. 이러한 현상을 에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ag + flation) 이처럼 식량 가격이 한 국가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러한 식량 가격의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앞서 말한 변화하는 수요공급 현실의 반영이다. 게다가 유행성 전염병, 기후 온난화 등으로 식량 생산량에 불안정 요인이 추가되면서 공급량은 더욱더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식량 위기 시대를 맞아서 우리는 어떠한 대비책을 고려할 수 있을까?

 당연히 식량의 수급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한 식량 수입처인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거나 아니면 자급자족량을 늘려야 한다. 최근의 FTA논쟁과도 관련되는 중요한 이슈다.

 아울러 글쓴이는 '식량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제시한다. 대표적인 1차산업으로 구산업으로 치부되어 외면받아왔지만, 현실의 변화에 따라 '식량산업'이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제적인 메이저곡물기업들의 성공적인 식량사업 현황을 나열하며 우리나라도 그러한 산업에 뛰어들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견이지만, 기업의 위험부담을 덜어줄 정부의 보조 및 진흥정책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엄청난 양의 '쌀'을 수입하는 필리핀 등의 동남아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인 식량 시장이다.

 이 책은 막연하게 생각하던 '식량'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계기가 되었다. 가끔 등장하는 전문적인 단어와 내용들에도 불구하고 글쓴이의 전반적인 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왜 물가가 치솟기만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일독해도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책을 쓰느라 수고했을 저자와 출판부에 감사를 돌리며, 잡문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