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고이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무덤의 주인이 저승 가는길 외롭지 말라고 묻어두었던 껴묻거리 기마인물상...

이제껏 이런 물건이 왜 오래된 무덤에서 나오는지, 또 이런 물건들은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별 관심없이 그저 "오래된 무덤에선 이러이러한 물건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 종류에는 기마인물상도 있다.."라고 외워왔고 박물관에서도 그저 눈으로 확인만 했더랬다.

이 이야기로 나는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본다.

물질 문명이 지금처럼 번성하지 않았던 시절엔 천년 전이나 오백년 전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데..

꽃길에 등장하는 수창이와 그 아버지 만우, 그리고 수창이의 친구 근동이는, 지금 우리시대에서 이른바 문명을 걷어내 버리면 남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삶을 놓아버릴 수 밖에 없는 시절.. 무덤에 함께 묻힐 사람 대신 토우가 필요하던 시기에 수창이 아버지 만우는 토우와 토기를 만들던 가내 수공업자였으며 예술가였다. 수창이는 아버지가 만들어둔 물건들을 보며 어린아이다운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것에 애착을 갖는가 하면 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둘만 살면서 살림을 돌보고 아버지의 끼니를 챙겨드리는 기특한 아들이다. 이런 아들이 콜레라에 걸려 삶을 놓아버리려 하고 아버지는 토우를 지키려다 옥에 갖히게 된다. 결국 아들의 죽음조차 지키지 못한 아버지는 말탄 토우를 아들의 무덤에 묻어준다.

토우가 이렇게 아들의 저승길을 준비하는 역할도 했겠구나 싶으니 아버지와 아들의 오래 지속하지 못한 사랑에 눈가가 뜨거워진다. 아들이 저승길.. 꽃길위에서 자신이 만든 토우를 타고 갈거란 생각이 위로가 되는 세상..

이런 시절이 토우를 껴묻거리로 묻던 시대가 아닐까..

토우를 매개로 죽은 아들에대한 남은 아버지의 사랑이 가슴을 울린다.

감동이 희미해진 시절에 꽃길 위를 걸어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가는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만나보며 가슴 아파하다 현실로 돌아오면 뻥뚫린 감정으로 시원해진 정리된 느낌을 받는다. 여러분들도 함께 느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