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좋지 않아 같이 두면 안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호기심에 집에 키우던 강아지와 고양이를 서로 대면하게 한 적도 있었답니다.
왜 하필 개와 고양이인가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제가 여러 편의 전래동화가 한 권에 담겨져 있던 동화책을 읽다가
'개와 고양이'라는 제목의 전래동화를 읽게 되었답니다.
사람이 아닌 개와 고양이가 주인공이라 하니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는데요.
무척 재미나게 읽었기도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왜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나빠졌고
왜 개는 마당에 고양이는 방안에서 살게 되었는지도 나오더군요.
'설마'하고 생각하면서도 '혹시'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린 재미난 기억이 있는데요.

오랜 세월이 지나고 사파리에서 새롭게 만들어된 책으로 다시금 만나게 된 '개와 고양이'는
저의 그런 옛 기억들을 떠올려보게 해주었고
역시 마찬가지로 저희 딸들에게도 왜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좋지 않게 되었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는 아니지만 오래도록 전해져내려오는 재미난 우리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큰 의미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희 딸들이 만난 방구 시리즈의 '개와 고양이'의 경우엔
오래전 박영만 선생님이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을 돌면서 채록하여 엮은 '조선전래동화'를 원작으로 한 동화라는 점이
참 다행이란 생각인데요.
우리네 조상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우리네 이야기를 가장 원작에 가깝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요.

저는 이 이야기를 참 좋아했고 잘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더군요.
어릴적 제가 읽었던 동화책에서는 할아버지가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배를 갈라보니 구슬이 나왔다는 이야기로 된 것도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물고기를 놓아주었는데 용왕님의 아들이었고 다시 나타나 할아버지에게 여의주를 주었다는 이야기로 된 것을 보았지요.
그때 당시에만 해도 제가 읽은 두 가지의 이야기가 좀 달랐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않고 그냥 재밌게만 읽었는데
두가지 동화 모두 원작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 잘못된 동화라는 것을
이번에 만난 방구 시리즈의 '개와 고양이'를 새롭게 읽어보면서 알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구슬이나 여의주가 아닌 벼루함에 들어있던 구멍이 여덟개인 연적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지요.
아무래도 제가 읽었던 동화에서는 좀더 쉽게 이야기를 들려줄려고
연적이 아닌 여의주나 구슬로 대신 이야기를 했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내용과 함께 등장하는 용왕님의 모습은 그동안 동화책에서 보아온 용왕님 중에서 가장 멋진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페이지 한 면을 모두 할애하여 그려진 용왕님은 화려한 색감과 무늬의 옷을 입고 마치 용의 얼굴을 보는 듯한 모습에 멋스러운 수염까지
아이들에게 용왕님이라는 모습을 다시 한번 상상하여 생각해볼 수 있도록 상상력을 더욱 크게 불러일으켜주는 것 같았지요.
이렇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재미난 이야기 뿐 아니라 흥미로운 일러스트로 아이들의 눈을 자극시켜줄 수 있어 더욱 흥미로운데요.
동양화풍이라는 큰 틀 속에 까만색 테두리라던가
사람과 동물의 재미난 모습으로 좀더 색다르게 표현해놓은 것이 참 안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왜 그리도 전 속이 상하던지요.
강 건너 살던 노파가 가져간 연적을 개와 고양이는 다시 찾아오지만 어리석은 개 때문에 잃어버리게 되고
다행히  운좋게도 고양이가 그것을 찾아내는데요.
고양이는 쥐를 시켜서 쉽게 연적을 찾아내고,
손쉽게 강에서 잃어버린 연적을 죽어있는 물고기를 먹으려다 찾아내고
영감과 할멈에게 귀여움을 받게 되는데 반해
개는  파도치는 강을 고양이까지 등에 태우고 헤엄을 치면서 갔는데도
한번의 어리석은 실수로 인해 영감과 할멈에게 외면당하게 되는데요.
중간 과정 보다는 결과에 치중하여 생각한 영감과 할멈이 그저 밉기만 했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내용 중에 개와 고양이라는 전래동화 속에 숨겨진 오류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그것은 바다에 물고기를 낚으러 갔던 영감이 잉어를 잡았다는 부분인데요.
잉어는 잘 알려진 대표 민물고기인데 바다에서 잡았다는 것이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 중 크나큰 오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이 이야기를 읽던 시대와 달리 과학동화도 많이 있고 과학적 지식을 많이 쌓은 우리 아이들이
혹여 이런 부분에 대해 지적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전래동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그런 오류쯤은 생각않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더 크게 들더군요.

참 오랜만에 추억 속의 전래동화 한편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어 무척 재미있었는데요.
어른들에게는 추억 속의 동화로, 아이들에게는 개와 고양이가 왜 사이가 안좋게 되었는지에 대한 재미난 가설로
만나볼 수 있는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