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다아~~ 지렁이다아~~"
요즘 한참 모 프로에서 종종 나오는 "뱀이다~"라고 시작하는 노래의 재미에 빠진 저희 딸들에게
좀더 <지렁이다>라는 책이 좀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각해낸 방법이
이 노래에 접목해서 들려주는 것이었지요.
역시나 대박을 터뜨렸답니다.
저희 딸들 킬킬대며 그 노래의 한 대목을 따라부르더니
슬며시 내어놓는 이 책을 보고선 다시 한번 킬킬대며 웃는 겁니다.
그러더니 "으~~ 징그런 지렁이다~~" 하며 또다시 마주보며 웃어대더군요.
그런 분위기를 몰아서 두 딸아이를 앞에 앉혀두고서 책을 읽어주었는데요.
표지 속의 귀여운 지렁이들이 인상적이었는지 더 이상은 징그럽단 말은 하지 않았답니다.
큰아이는 주인공 지렁이인 흙톨이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림 속에서 흙톨이를 찾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하지만 친구 지렁이들이 하나둘 아프기 시작하자 조금은 걱정스러운 모양이었습니다.
아이는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는지
"엄마, 전에 우리집에도 지렁이 있었는데 엄마가 화단에 버렸지?"
"?"
"전에 장수풍뎅이 키울 때 장수풍뎅이 집안에서 지렁이 많이 나왔잖아."
"아! 그래. 생각난다."
잊고 있었던 가벼운 일인데 그때 당시 아이는 많은 지렁이를 가까이서 본다는 게
무척 충격적이긴 했었나 보더군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지렁이가 땅 속에서 길을 만들고
흙을 먹고 똥을 사는 것들이 모두 흙을 기름지게 만들고
식물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하나씩 인식시켜주자
무척 놀랍고 신기한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저 또한 지렁이가 하는 일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책을 통해서 이렇게 지렁이에 대해 재미나고 친근하게 다가서고나니
그동안 징그러운 존재로만 여겨졌던 지렁이가 확실히 달라보이고 어쩜 그렇게 예뻐보이는지요.
난생처음 지렁이가 주인공인 책을 읽었는데요.
아이도 저도 정말 너무나 만족스러웠답니다.

저도 아이도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다보니
흙을 밟을 일도 잘 없고 지렁이를 만날 일도 잘 없답니다.
간혹 비 오는 날 길가에 허무하게 죽어있는 지렁이 한두마리를 보는 것이 전부이지요.
그렇게 하찮은 존재로만 만나오던 지렁이를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는데요.
지렁이가 우리 땅을 살리는 소중한 보물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나가는 것과 동시에
비록 작고 별볼일 없어보이는 미물에게도 세상을 바꾸어가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답니다.
길가에 핀 작은 풀들에게도 생명은 있고
우리 지구에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친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겉모습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답니다.

사파리의 새로운 시리즈들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그 감동에 취해 버릇처럼 다음 이야기들이 빨리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게 된답니다.
이번에 만난 환경지킴이 시리즈 또한
우리 아이들이 꼭 만나봐야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기에
앞으로 사파리에서 계속해서 만들어낼 책들이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길에서 지렁이를 만나게 된다면
아이와 전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지렁이야,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