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한국소설로는 처음 접하는 말과 경마장에 관련된 사람들의 소설이다. 예전 어렸을적 강수연이 출연했던 '경마장 가는 길'이라는 영화를 본적은 있지만, 그 영화와 원작은 말과 기수, 경마장을 무대로 하는 작품이 아니었다. 또 얼마전 '워 호스'라는 책을 읽었지만 이는 스펙타클한 전투마를 소재로한 헐리웃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이었다. 한국소설로, 경마장과 기수, 수의사, 마방관리인등을 다룬 본격 말과 관련된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만큼 상당히 생소한 소설이었다. 나에게 경마장에 관한 기억이라곤 경마장 입구에서부터 길거리에 수북이 쌓인 정보지, 그리고 폐인처럼 몰려다니던 누추한 사람들, 이런 안좋은 기억밖에는 없었다. 겉으로 보는 경마장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조경, 넓고 푸른 잔디밭, 마치 공원에 소풍가듯 들를수 있는 이미지였지만, 정작 경마장 안에서 내가 접했던 모습은 긍정적인 모습보다 부정적인 모습이 많았다.

 

2001년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친구와 함께 재미로 한번 구경가보자고 가봤던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과천 경마장.

그곳에서 본 경마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윤용호의 두번째 소설 '마방여자'를 통해 비로소 그곳 세계에 대해 알게되었다.

경마라는게 말을 이용해 도박을 하는것이라 사실 투견, 투우처럼 동물들을 학대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한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들도 말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로지 돈만을 목적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말을 소유하고, 각종 경기에 출전시키는 시스템이 등장한다. 결국 소설의 주인공 격인 경주마 '러브마치'도 과도한 출전과 과로로 인해 경주중에 사망하게 되는데, 소설은 러브마치의 사망을 계기로 비정한 이곳 경마장의 세계를 담담이 고발하며 진행된다. 주인공 하나우의 여자가 되는 정엠마, 그녀가 소설의 주인공 격인 '마방여자'가 아닐까? 사실 신비스러운 능력을 가진 (말과 소통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여자를 소설의 메인 테마로 삼기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지만, 어쩌면 작가의 특징이 묻어나는 제목과 등장인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이전의 전작 '립스틱 색깔을 바꾸는 여자'라는 책에서도 제목과 메인테마는 여자였다 -

 

립스틱 색깔을 바꾸는 여자와 마방여자, 이 다음번엔 무슨 여자가 메인테마를 이룰까? 내가 알기론 이번이 두번째 작품인데 첫작품이 미니픽션을 표방하는 초단편소설이었고, 두번째가 바로 장편소설로 발전했다. 비록 소설속에 몰입돼 푹 빠져버릴만큼 대단한 작품이라고는 할수없지만 작가가 쓰고싶은 소설을 거침없이 구상한대로 써나간다는 점에서 발전하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일면 부럽기도 하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