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 독살사건>은 특이하게도 소현세자가 소설의 중심이 아니다. 소설 초반부에 별다른

존재감도 없이 죽어버린다. 소설을 끌어가는 축은 가공의 두 인물 북촌 항아 이진과, 남촌 항아

이요환이라는 두 무림검객이 주도하고 있다.서로 다른 정적들을 대신하며,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를 형성했다가, 서로 적이 됐다가, 다시 친구가 되는등의 사건들을 전개해 나간다.

그녀들을 통해 조선의 정세, 북벌론, 당파싸움, 궁중암투등이 펼쳐진다. 다소곳해야할 사대부

규수들을 왈가닥 왈패에다 무림고수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도 재미있고, 중국 무협지를 보는

듯한 재미도 느낄수 있다. 경공이랄지 검술의 초식이랄지 하는 용어들이 꼭 무협지 같더라.

그러고보니 역사소설이라고도 할수있고, 무협소설이라고 구분할수도 있겠다.

다만 애초에 인조와 소현세자의 갈등이 된 동기, 북벌이냐 화친이냐 등의 중요한 역사적 갈등

관계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또한 재미를 추구한 대신에 소설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다소 경박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파란만장한 조선역사. 하나의 쇼킹한 사건들마다 풍부한 창의력을 발휘하면 하나씩의 멋진

소설이나 영화가 된다. 이 작품도 속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독특하다.

"이야기는 이제 정명수 암살사건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