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뚜렷하게 묘사할 수 없는 동화적인 꿈.

그 꿈을 더 이상 내 안에 가두어둘 수 없다고 느꼈을 때,

그리기 시작했다. - p205

 

전현선이란 작가를 이번에 알았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그녀가 좋아서 하는 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개에서 일단 부러움으로 책을 펼쳤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뚫어져라 응시하는 것 외엔 별다른 노력 없이 그림과 가까워지고자 했었다.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술에세이라니 이보다 매력적인 책이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 여성작가의 수필집이나 에세이 좋아하는 이유도 크지만, 강한 색채와 독특한 표현방식이 눈길을 끄는 그림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림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요소가 평가에 반영되니까 이해라는 표현도 모순일 수 있지만, 알고 싶다면 관심을 갖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녀는 소소한 일상에서 커다란 영감을 얻어 작업한다.

집 근처의 부평공원을 중요한 장소라고 칭할 만큼 그녀는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몽환적으로 표현한다.

누구나 다 공유할 수 있는 기억들이 그녀의 감성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니 다소 거칠게 느껴졌던 그림이 웬지 차분할 것 같은 그녀의 음성으로 들리게 됐다.

평범한 물건들을 마법의 비밀스러운 물건들로 둔갑시키는 그녀의 시선이 그림들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었다.

 

 

 

[늑대는 더 이상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2011]

위 그림을 우리 부부 침실에 걸어두고 싶다.

한짝만 남은 구두처럼 부부의 운명도 두 갈래다.

둘이 하나의 짝을 이루고 있는 것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한 쪽이 없으면 의미가 없어지므로 둘은 항상 서로를 지켜주어야 한다.

우리 부부가 늘 이 마음을 유지한다면 참 좋겠다 싶어서. 

 

이렇듯 그림이 활기를 띄는 것은 단지 물감의 선택만이 아니라 화가의 기분도 연관이 있겠구나 싶어, 역시 그림은 놀랍다.  

본인의 느낌과 생각들을 본인 방식대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그녀를 응원하는 한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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