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인생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만큼 큰 사건이 또 있을까?

세상에서 제일 귀한 내 자식인데 딸이면 어떻고 아들이면 어떠랴 싶지만, 딸을 낳아보니 딸이 최고다.

임신, 출산, 육아가 무척 힘들어서 여자로 태어난게 죄인이구나 싶어 눈물을 많이 쏟아내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께서 나를 딸로 낳아주셔서 나도 엄마가 되는 황홀한 경험도 누리고 있기에 매우 감사하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는 바람에 우리 엄마도 나도 서러움을 많이 받고 살았는데, 그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우리 딸이 나에게 와주었구나 싶다.

우리 딸은 16개월에 들어섰다.

걸음걸이가 안정적이고, 부정확한 발음이나마 몇 단어를 구사하며, 엄마 아빠의 행동을 따라해 깜짝 놀란다.

그 예쁜 눈, 코, 입과 오동통한 볼이 연출해내는 다양한 표정의 감동이란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할 것 같다.

딸을 낳아 키우면서 '감동'과 '예쁘다'라는 글자의 의미가 진정성으로 새롭게 새겨졌다. 

나의 관심과 일상은 온통 딸에게 집중되고, 그런 삶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매일 배워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늘 의문이었다.

나는 내 몸에 열달을 품었던 내 자식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는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싶은데, 그렇지 않고 임신한 부인의 짜증을 고스란히 받아낸 남편의 애정도 그러할까?

우리 남편은 자기는 딸바보가 아니라 딸천재라 칭한다.

육아에 동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내 눈에는 답답하고 서운한 것도 많다.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남편은 아빠로써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아빠의 시선에서 엮어낸 [딸바보가 그렸어]로 인해 남자도 여자와 다르지 않게 부모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얻는 환희와 부담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만큼 우리 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아직도 자신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는거 같아서 들들 볶았었는데, 돌이켜 보니 그게 아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새삼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그런데 손가락으로 엄마 눈 콕 찌르면 진짜 아프다.

얼마 전 복직하게 돼서 딸이 깨어있는 시간에 많이 떨어져 지내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사는 것인데도 죄인인 것만 같아 딸에게 미안하다.

마음대로 낳아놓고 남의 손에 맡겨서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된다.

나중에 엄마를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그래도 매일 주어지는 시간에는 우리 딸에게 최선을 다할거야.

이렇게 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딸바보가 그렸어]에 잔뜩 나와있다.

물론 다 표현하자면 이 책의 두께도 얇기만 하지만, 육아하는 사람으로 공감 뿐이었다.

어쩜 하나하나 다 내 마음과 같은지, 나도 남들이 누리는 행복을 가지고 있다는 기쁨과 안도, 한장 한장 소중한 나의 육아일기 같다.

 

딸바보가그렸어, 김진형, 소담출판사, 눈에넣어도아프지않은우리딸